지난 2006년 이후 8년째 지연됐던 정부의 기업은행[024110] 지분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의 국외 기업설명회에 처음으로 정부 고위관계자가 동행하면서 정부의지분 매각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14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는 재원 확보가 절실한 데다 국제금융시장 여건도나쁘지 않아 지분 매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
◇매각 추진 우여곡절…정책금융 임무까지 올해 3월 말 기준 정부가 보유한 기업은행 지분은 65.1%다. 나머지는 정책금융공사(8.9%), 수출입은행(2.3%), 기타(23.7%) 등이 갖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기업은행 소수지분 매각 계획을 세워 세입예산에 반영했지만, 지금까지 한 주도 팔지 못했다.
2003~2004년께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싼값에 넘겼다는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뜻 매각에 나서기 어려웠다.
2006년에 기업은행 주식 7천190만주(지분율 15.7%)를 주당 1만7천800원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이런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은행 최고주가는 2만750원(2006년)에서 1만5천700원(2009년)으로 떨어졌다. 2011년 2만950원으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다시 1만4천800원으로 하락했다.
정책금융의 정체성도 논란거리다. 기업은행은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8년10월부터 2010년까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22조4천억원) 중 78.6%(17조6천억원)를 공급해 '비 올 때 우산'을 제공했다.
이런 경험은 지분 매각으로 기업은행의 경영권이 민간으로 넘어갔을 때에 대한우려도 이어졌다. 아직은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정책 수단을 정부에서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참석하는 최초 IR…'이번엔 다르다' 새 정부는 여건만 충족되면 팔겠다는 생각이다.
기재부는 당초 2013년 예산안에서 기업은행 지분매각 수입 5조959억원, 산은금융지주 지분매각 수입 2조6천424억원 등 7조7천383억원을 세외수입으로 잡았지만 이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총 6조150억원을 삭감했다.
산은은 올해 안에 팔지 않기로 해 전액 삭감했고, 기업은행은 매각대금(5조959억원→1조7천233억원)을 낮춰 잡았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추경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에서 50%만 남기고 매각하면 (기업은행 매각대금이) 1조7천억원 정도 된다"며 "정부가 경제정책을 시행하면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나고 주식시장 여건도 좋아져 1조7천억원 정도의 세외수입은들어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금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권에 필요한 지분만 남기고나머지는 매각하겠다는 뜻이다.
국제 금융시장도 나쁘지 않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로 시장에 여유자금이 많고미국을 비롯한 주요 유럽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가격이 중요하다"면서 "최대주주로서 지위를 유지하는 데필요한 지분 외의 주식을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시기와 가격요건, 매입자 등 다양한 부분에서 최적 상황일 때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산업은행 지분 매각은 원점 재검토 다만, 정책 금융에 대한 역할이 강조되면서 산업은행 지분 매각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 4월 추경안을 내면서 2013년 예산안에 반영돼 있던 산업은행 매각대금(2조6천424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은 이런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정부는 국회의 보증동의 절차 지연 등 문제를 들어 연내 지분 매각은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지분 매각을 위해 산업은행이 부담하는 외화표시 채무에 대해 국가가 보증을 서야 하는데 국가보증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산업은행이라는 정책금융 수단을 유지하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새 정부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산은금융지주에 대한 출자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지분 매각에 따른 지배권 상실은 이런 지원수단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포함해 정책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필요하면 산은법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를 포함해 수출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자산총액이 143조에 달하는 산은은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금융기관재편의 중심에 있다.
이런 차원에서 민영화가 보류된 KDB산업은행과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설립된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통합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조직 중 일부를 분리해 새로 설립하는 선박금융공사로 통합하거나 국외 건설 프로젝트 지원 차원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 역할을새로 분담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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