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과 정책자금을 끌어모아 6조원의 '성장 사다리 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빠져 창업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창업→성장→회수·재도전으로 이어지는 성장 생태계를 조성해 유망한 창업기업이 자금에 허덕이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벤처 성장 위해 자금수급 불균형 해소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2일 발표한 '성장 사다리 펀드'는 자금 수급의 불균형으로 창업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죽음의 계곡'은 창업 후 2∼3년이 지나 창업자금이 소진된 상태에서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수요는 커진 시기를 말한다.또 창업 후 8∼9년이 지나 초기 투자자의 자금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도해당된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창업→성장→회수·재도전으로 이어지는 성장 생태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창업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리스크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중소기업 자금조달 금액의 99%가 융자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중소기업 자금 조달 실적 가운데은행대출과 정책금융 등 융자가 466조원이고 주식과 회사채는 7천억원, 벤처투자는5조원이다.
투자의 비중이 낮다.
특히 초기투자가 부족하다. 벤처캐피탈조차 3년 이하의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30% 미만이다. 중간회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회수 규모도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는 창업·혁신 기업을 중심으로 기존의 벤처캐피탈 등이 지원하지 못했던 '모험 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정책금융기관과 민간투자자의 리스크를 분리해 정책자금이 모험자본 역할을 하도록 하고 기존에 조합 투자가 미진했던 성장·회수단계 기업 지원을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신기보 등 정책금융기관간 협업으로 투자와 보증, 대출이 복합된 금융을 제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민관자금 합쳐 효율성 높이고 분야별 하위펀드 활성화 성장 사다리 펀드는 1년차에 정책금융자금 6천억원과 민간자금 1조4천억원 등 2조원을 포함, 3년동안 정책금융자금 1조8천500억원과 민간자금 4조1천500억원 등 6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책금융기관과 청년창업재단이 3년동안 조성할 1조8천500억원 가운데 5천억원은 후순위 투자다.
장기 모험자본의 역할을 맡고자 정책금융은 고위험·고수익의 후순위 투자를,민간 투자자는 저위험·저수익의 선순위 투자를 맡게 한 것이다.
자금운영은 분야별 민관 전문기관이 담당한다.
성장 사다리 펀드는 성장 단계별 자금공급 목적과 구조를 가진 다양한 모(母)펀드와 자(子)펀드로 구성되며 기업의 성장단계별 특성과 자금수요에 부합하는 하위펀드로 꾸려진다.
우선 창업단계에서는 장기 모험 자본 공급이 필요하므로 스타트업 펀드, 에인절공동투자 펀드, 크라우드 펀딩 공동투자 펀드, 초기 실패 자산 펀드 등을 만들어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한다.
성장 단계에서는 M&A 금융과 프로젝트 사업화 금융을 지원하고 회수·재도전 단계에서는 민관이 공동으로 세컨더리 금융이나 재도전 금융, 코넥스 금융 등을 지원한다.
당국은 성장사다리펀드에 2조원을 투입하면 5조5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7천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 임 진 연구위원은 "전자기기와 부품, 전력, 항공·운송 등 전후방연쇄효과 상위 20% 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가정해 효과를 계산했다"며 "실제로는 창조 지식에 기반한 기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어서 (효과는) 더 적을 수도,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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