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위험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카드 성장세는 정체
"신용카드를 왜 쓰죠. 있는 만큼만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최근에 발급받은 체크카드로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어요."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회사원 게르하르트 뮐러(33)에게 신용카드를 갖고 있느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근검절약으로 소문난 독일 사람들에게 카드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눈에 보이는 현금을 써야 빚도 안 생기고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들어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돈만큼 쓸 수 있는 체크카드가 보급되면서 독일 사회에 급속히 퍼졌다. 있는 돈만 쓰므로 과소비 우려가 없고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카드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독일 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도 비슷하다.
독일의 결제 현황은 2011년 기준 전체의 53.1%가 현금이고 체크카드가 30%, 신용카드가 7% 수준이다.
카드 이용 실적을 보면 2005년 1천500억유로(215조원)에서 2011년 2천670억유로(383조원)로 성장했다. 연평균 10%씩 성장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체크카드다.
유럽 전체로 따지면 체크카드는 7억8천800만장, 신용카드는 3억4천만장이 발급됐다. 전체 결제 시장의 30%를 점유한다.
볼프강 아다미오크 독일여신협회 결제·카드전략 본부장은 "독일에서 현금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결제수단은 체크카드"라면서 "체크카드는 은행의 네트워크 발달로 인해 사용량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간 독일의 지급결제 시장 추이를 보면 카드 사용이 점진적으로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은행이 고객 확보 수단으로 카드 사용의 편의성등을 설명해 발급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얀 리사우스 도이치방크 신용카드 총괄 본부장은 "독일 사람들은 국민 성향상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현금 대신 체크카드로 결제하는 비율이 계속오르고 있다"면서 "이탈리아나 스웨덴은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을 정부에서 장려하는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용카드도 늘었지만 독일인들은 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을 선호해부채의 위험성이 있는 신용카드는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요즘에는 체크카드에도 어느 정도 신용 제공 기능이 있어 신용카드를 굳이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말한다. 독일에서도 국내처럼 이런 종류의 카드가 존재한다.
독일은 고객이 카드사와 협의해 계좌 잔액 외에 일정 부분 신용이 제공된다. 국내에서는 신용 제공 부분에 이자가 부과되지 않지만, 독일에서는 신용 결제 부분에서는 연 12.5%의 이자를 내야 한다.
신용카드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해 저신용자들이 부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한점도 주목할만하다.
독일은 신용카드 발급 시 직업 여부, 가계 전체의 수입, 은행 신용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급해준다. 이런 심사에 통과하는 비율은 30% 정도밖에 안 되는것으로 알려졌다.
리사우스 도이치방크 본부장은 "독일인들은 부채를 극도로 꺼려 신용카드 발급을 위한 여신 심사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면서 "그렇다 보니 신용카드 연체율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마크스 하르텔 독일연방은행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부문장도 "최근 은행들이 신용카드를 발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독일인들의 성향상 잘 따라오지 않아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기본적으로 가맹점이 고객에게 수수료를 전가할 수 있다. 1천원짜리 과자를 사고 카드를 긁으면 카드 수수료 30원을 합해 고객에게 1천30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에서도 가맹점이 고객에게 수수료까지 내라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르텔 부문장은 "독일은 가맹점이 고객에게 수수료를 내게 할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맹점에서 '카드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다미오크 독일여신협회 본부장은 "단일유로지불경제시스템(SEPA)이 조만간 적용되면 전 유럽의 가맹점 수수료도 단일화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럴 때 전반적으로 수수료가 올라 이 부분을 고객에 전가시킬 수밖에 없어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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