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임기 1년 소임 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거시경제정책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써 4년 임기 가운데 이제 마지막 1년을 남겨두게 됐다.
김 총재는 이날 평소와 다름 없이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취임 3주년임을 밖으로 드러내는 이벤트는 전혀 없었다. 매년 취임 기념일에 즈음해서 1년간 업무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아 발표했던 `보도참고자료'도 올해는 없었다.
김 총재는 평소 월요일처럼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각 부서로부터 월간, 주간 업무를 보고받았다.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으로는 지난 3년을 뒤돌아보고, 마지막 남은 한 해를 당부하는 인사말도 없었다고 한다.
한은 주변에서는 김 총재가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보다는 외부에 평가를 맡긴채 남은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김 총재에 쏠린 이목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김 총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대표적인 MB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4년 임기가 보장돼 있음에도 새 정부 출범 이후 그의 거취는 정치권과 경제계는 물론 국민의 관심거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3주년 평가나 개인 소회 등을 드러내면 자신이 의도한 바와달리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 총재의 `조용한 행보'와 상관없이 한은 안팎에선 김 총재를 둘러싼 평가가갈린다.
일각에선 `글로벌 한은'을 내세우며 국제무대에 적극 활동함으로써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찬사가 있다. 지난 3년간 재임 기간의 4분의 1가량을 국외출장으로 보냈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한편에선 경제상황 예측이 여러 차례 빗나가 `뒷북치기'를 했고, 기준금리결정에서 독립적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남은 1년 동안 김 총재에게 많은 도전과 시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한은은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하하고서 5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시장 쪽에선 한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더욱이 최근 새 정부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해 `12조원+α' 규모의 추경예산안편성 방침까지 밝히면서 한은에 대한 압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김 총재는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는 재정정책 당국과의 `정책공조'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심한 듯 기준금리 인하의 문제점을 잇달아 지적했다. 김 총재가 정부와 시장의 기대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나온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향후 김 총재와 새 정부 경제팀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bingso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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