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객관성 높여 불법 금리 조작 예방"
상호금융의 대출금리 체계가 수술대에 오른 것은 금리 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농·수·신협은 전국 2천300여개 조합에서 대출영업을 하는데도 '내맘대로'금리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의 이번 작업은 대출금리 결정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조합마다 천차만별인 대출금리 체계를 표준화해 금리 부당인상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대출금리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기준금리 다양화로 선택 폭 넓혀…활성화 여부는 숙제 농협중앙회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새 대출금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전국 단위조합의 정기예탁금 금리를 가중 평균해 대출 기준금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9개 은행의 조달금리를 평균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 형태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의 합리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농협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는 해당 조합의 정기예탁금 평균 금리를 대출 기준금리로 쓰는데, 전체 지역농협이 쓸 수 있는 금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은행권의 코픽스에 해당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이용하던 '내부 기준금리'인 MOR(Market Opportunity Rate·한계도매조달금리)과 단위조합별 정기예탁금 평균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여전히 기준금리로 선택할 수 있다.
은행권이 코픽스와 코리보, 은행채 등 다양한 기준금리를 쓰는 상품을 판매하고있듯이 상호금융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다만 코픽스의 경우 가계대출 기준금리로는 널리 쓰이지만, 기업대출에서는 적용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코픽스의 기능을 하는 '새 기준금리'가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역시 단위조합별 예탁금 금리를 대출 기준금리로 쓰던 신협도 고객이 원하면 CD와 국고채 금리 시장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천차만별 가산금리·우대금리, 일목요연하게 정리 기준금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위조합마다 천차만별인 가산금리 체계와 우대금리 항목을 정리하는 것이다.
예대마진을 늘리고자 기준금리가 떨어졌는데도 고객 몰래 가산금리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지금껏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11월 농협중앙회가 자체감사를 해보니 단위 농협 56곳에서 금리를 조작해 1만659명에게 324억7천400만원의 부당이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신용등급이 올라가거나 소득이 늘어났는데도 역시 예대마진을 늘리고자 다른 항목에서 영업점장이 가산금리를 높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이런 '주먹구구식' 가산금리 조정을 막고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산금리 산출에 쓰일 표준 계산식을 마련한다.
고객의 신용도와 업무비용, 적정 이윤 등 가산금리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표준화해 계산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
농·축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사 자체적으로도 가산금리 체계를 정돈한다.
농협은 고객의 신용등급 등 지역과 상관없이 가산금리 산출에 이용하는 항목을빼고 단위 농협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 항목을 단순화했다.
건별(件別)대출인지 한도대출인지가 가산금리에 반영된다. 담보 인정비율도 단위 농협에서 일정 수준 상향조정해줄 수 있도록 했고 신용보증부대출 보증률에 따라서도 가산금리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 중앙회 관계자는 "지역 농협이 조합별로 가산금리 체계를 각각 운영하다보니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공통 항목을 뽑아서 전국으로 표준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협의 경우 신용등급과 담보의 성격 등이 가산금리 산출에 조금 더 잘 반영되도록 했다.
객관적인 외부 데이터를 통해 신용등급별 부도율을 가산금리 산정에 반영하고경매 시장 낙찰정보를 이용해 담보 물건의 특성도 대출금리를 정할 때 고려한다.
'조합장 마음'이었던 우대금리 항목도 거래 기간, 예탁금액으로 산정한 조합 기여도, 조합원 여부, 카드 사용 실적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다만 우대금리 폭은조합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
신협 중앙회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표준화했지만 어떤 우대금리 항목을 적용할지는 조합의 영업 환경 따라서 다르다"며 "예를 들어 A 조합은 급여통장이 있으면우대금리를 줄 수 있지만 농촌은 급여생활자가 적으니 B 조합은 자동이체 여부로 우대금리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상호금융, 조합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전문가들은 지역별 특성 때문에 상호금융기관의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예수금은 늘고 대출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2의 저축은행'이 되지 않으려면 시스템적인 보완과 함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상호금융의 기본정신을 잊지 않는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상호금융은 그 특성상 다소 폐쇄적인 성격이 있다"며 "대출금리 표준화는 투명성 제고에 좋은 프로세스다"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대출금리를 표준화하면서 내부통제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며 "금리를 조정할 때는 여러 가지 절차와 규준을 준수하는지 다 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내부통제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상호금융의 본질은 '지역밀접형·관계형 금융'"이라며 "일반은행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금융기관이 되지 않으려면 협동조합의 가치를 아는 경영진과 고객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zheng@yna.co.kr eun@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