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른바'죄악세' 인상 논의로 옮겨갈지 주목된다.
담뱃값에 이어 주세 인상도 정부의 검토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은 외견상 가격 변화지만, 뜯어보면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국민건강증진 부담금·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올리는 것이어서 주세 인상과 같은 맥락이다.
소비억제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도 겹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민 증세'라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커 일단 군불을 지핀정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죄악세 인상 논의 왜 나왔나 죄악세(Sin-tax)란 술·담배·도박처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물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산 담배 한 갑(2천500원)에는 담배소비세 641원,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 227원 등 3종류의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폐기물 부담금 7원 등 2종류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세금과 부담금만 1천550원으로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생산원가 700원, 순수 유통마진이 250원인 담배 한 갑의 소비자가격이 죄악세부과로 2천500원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세정연감을 보면 2008년 담배소비세수와 담배소비세분 교육세수를 합한 금액은 4조3천812억원으로 전체 지방세수(45조4천797억원)의 9.6%를 차지한다. 담뱃값 인상이 복지 확대로 휘청대는 지방재정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정부가 2009년 담뱃값·주세 인상을 추진하기 위해 연 토론회에서 나온 발표를보면 흡연과 음주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24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흡연에선 진료비·간병비·조기사망에 따른 소득 손실 등이 5조6천억원이고 음주에선 질병·음주관련 사고·가정폭력 등 비용이 18조6천억원이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흡연과 음주를 억제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최근 담뱃값 인상 논의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왔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작년 7월 담배소비세율을 물가지수에 연동시키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 들어서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2천원 인상안을 냈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담뱃값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달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두 차례에 걸쳐 "담배 가격을 인상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국민건강이냐 세수냐 논란 불가피…'서민증세' 역풍 우려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가세했다. 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2004년 12월 담배가격 인상 후 8년이 지났으므로 인상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주세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서면 답변에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고 국민건강을증진하기 위해 주류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복지하기 위해 서민 주머니를 턴다는 오해를 주고 있는데, 술값·담배값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 후보자는 "담배는 건강·서민·물가·세수 등을 감안해서 (인상해야 한다)"며 "(술값 인상은) 건강이란 측면과 세수라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논의가 확산하면서 죄악세 인상 논쟁으로 비약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현행 과세구조를 유지하면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거나 ▲과세 구조를 유지하면서 담배소비세를 국세로 신설하는 방안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국세인 담배소비세로 전환하는 방안 등 세 가지 대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를 놓고 부처 간 이해관계는 갈리고 있다.
부담금을 국세로 전환하거나 국세인 담배소비세를 신설하면 세수가 늘고 재정운용 효율성도 높아지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이나 폐기물부담금을 관리하는 복지부·환경부가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정말 인상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담뱃세나 주세 인상이 힘든 것은 서민이 주된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자칫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재원을 마련하고자 서민들의 주머니만 턴다는 반론에 부딪힐 수 도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도 정부가 처음엔 인상에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서민 증세'라는 역풍을 맞아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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