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금융정책 핵심은 벼랑끝에 몰린 금융소비자를 구제하는 '금융복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각자의 사정에 맞는 복지가 제공돼 성장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조를 금융에 접목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국정과제는 박 당선인의 서민금융 관련 주요 공약을 대부분 그대로 살렸다.
먼저 핵심 공약인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설립,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데쓰인다.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마련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르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3~4월께 국민행복기금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기금 규모는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금의 50%(취약계층은 70%)를 감면해 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금융회사와 자산관리회사의 연체 채권은 물론 학자금 대출의 연체 채권도 사들여 원리금 감면 등채무조정을 해주는 핵심적인 금융복지 수단인 셈이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적용 대상은 '직전 1년간 합계 연체일수 1개월 이하'로 확대된다.
캠코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 '바꿔드림론'의 지원 대상과 한도도 늘린다.
채권추심 업체인 자산관리회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불법·과잉 채권추심을 막고 개인 신용등급 평가에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된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위험 채무를 조정하는 프리워크아웃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주택의 지분을 50%까지 할인 매입하는 '지분매각제도'는 국토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주도로 제도를 설계, 도입한다.
이 같은 서민금융 정책은 경기침체와 가계부채의 연착륙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민의 어려움을 단기적으로 해소하는 '긴급처방'으로 볼 수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어려운 사정에 놓인 서민의 실질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자활을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의 국정목표에 맞도록 정책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에서 금융회사의 소유구조와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의 하나인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제한) 맥락에서 보험사의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강화되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는 9%에서 4%로 낮아진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숨었던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사와 공제 등유사보험에 대한 규제는 일반 금융사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원칙이 적용된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우체국예금은 다른 금융사와의 불공정 경쟁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반영,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은 수신이 급증하는 조합을 '중점관리조합'으로 지정, 관리를 강화하고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이 대주주까지 직접 검사해 불법대출을 잡아내도록 한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금융 관련 정책의 상당수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추진한 내용이 그대로 담기거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한계점도 드러냈다.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 기능과 영업행위 감독(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쌍봉형 체제' 등 감독체계 개편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새 정부의 논의 과정에서 차차 다뤄질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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