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로 유지한 것은 미약하게나마 국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선 한은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책 공조를 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날로 심화하는 엔저 현상이나 북한 리스크 같은 대외 불안 요소에 조만간 추가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각도 많다.
◇재정정책과 조합 고려…새 정부에 "같이 가자" 손짓 전문가들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이 한은의 '상저하고'형 경기 인식을 보여준다고분석했다. 이는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한국금융연구원 임 진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바닥을 지났고 점차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1.0% 증가하고 설비투자는 9.9% 확대했다. 12월 부진했던 수출 증가율도 1월 다시 회복되며 전년 동월 대비 11.8%를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국내 신선식품 등 일부 식료품의 물가 우려역시 금리 동결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반년째 1%대의 낮은상태이지만 금리를 내리면 서민 체감물가가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를 봐도 금융위기의 주범인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기미가 보인다. 중국도 올해 8%대의 성장률로 복귀가 예상되는 등 경기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한은이 새 정부와의 '폴리시 믹스(policy mix)'를 고려했다는 평가도내놨다. 폴리시 믹스란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조합을 뜻한다.
한 민간 전문가는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은이먼저 금리를 내려 '나 홀로 경기부양'에 나설 확률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도 지난달 14일 이러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금융정책, 재정정책은 같이 갈 때 효과적"이라며 "물가를 고려하며 (새 정부의 정책과)최적의 조화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ㆍ북한 리스크 등 금리 인하 요소도 여전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여전히 제기된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저점을 통과했으나 여전히 회복을 위한 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원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새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기보다는 한은의 금리정책에 기대려 할 것이란 예측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 역시 추가 인하를 점쳤다. 씨티, JP모건, 도이치뱅크등은 1분기 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5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들어한은에 확장적인 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을 주문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엔저 기조 역시 금리조정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현대기아차 등 주요 수출기업은 '엔저쇼크'로 실적악화가 이미 가시화했다.
이 때문에 1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하 주장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15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우리 엔저 대응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역시 금리 결정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다.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진 못했지만, 지속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불가피하다"며 "앞으로도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개발, 벼랑 끝 전술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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