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속론'에 美 좌우파 의기투합했지만…"문제는 중국"
워싱턴에 모인 정치인·전문가들 "AI 이대로 두면 파국" 공감
샌더스 "초지능 개발, 핵무기급 위험…美中정상, 금지조약 맺어야"
배넌 "AI 생태계서 中 차단부터…빅테크 부자들 감언이설 믿지말라"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정치권의 좌우 진영을 대표하는 두 강성 인물이 '인공지능(AI) 감속론'에 한목소리를 냈다.
미 비영리단체 미래생명연구소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친인간 총회'(Pro-Human Assembly)에는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란히 참석했다.
샌더스 의원은 '좌파 거두'로 불리는 정계의 백전노장이고, 배넌은 우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대표한다.
정치적 지향점이 상반되는 두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AI에 대한 통제 불능이 가져올 파국을 모두 우려해서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미래생명연구소는 인간의 주체성 보호, 권력 집중 지양, 기업의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친인간 AI 선언'을 주도했다.
샌더스 의원은 AI가 일자리, 정신건강, 교육, 사생활 보호, 딥페이크 등의 부작용을 넘어 "이 기술이 잠재적으로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면서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리라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또 AI 발전의 과실은 소수의 빅테크 부자에 집중되는 반면, 대중은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AI 혁명에서 소외되고 있다면서 "AI에 대한 결정은 과점 부호들이 아니라 국민들이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는 인류의 존재론적 위협"이라며 "절벽을 향해 질주할 때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데 그치지 말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넌도 "(AI) 위협 앞에서 당파성을 넘어서야 한다"고 샌더스 의원에 동의했다. 이어 AI가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최근의 우려가 "사람들의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줬다"고 짚었다.
배넌은 "가속주의자가 아니면 반미주의자, 가속주의자가 아니면 중국 공산당 지지자, 가속주의자가 아니면 거의 러다이트(산업혁명 당시 기계파괴운동)"라는 도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도식은 그의 '정치적 동맹'이자 'AI 가속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I 감속론을 비난하면서 쓰고 있는 구호기도 하다.
배넌은 AI 감속 조치를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입법으로 할 일이 아니다. 행정조치로 해야 한다"며 "AI 기업들에 '여러분에게 규제기구가 적용될 것이다. 그것이 여러분의 사업을 폐쇄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여러분이 제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이 AI 감속으로 방향을 선회하더라도 중국의 AI 기술 수준이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현실에 대한 해법을 놓고선 의견이 갈렸다.
샌더스 의원은 현재 개발 중인 AGI(범용 AI)와 초지능을 핵무기급 위험 요인으로 지목, 과거 미·소 핵 군축 합의처럼 "다음 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협상해 첨단 AI 개발 중단과 초지능 금지를 확립하는 포괄적인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넌은 반대로 AI 생태계에서 "중국을 차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반도체를 주지 말라. 미국 기술에 무임 승차하지 못하게 하라"며 중국 학생과 연구원을 모두 본토로 돌려보내고, 미 AI 산업에 대한 중국의 채권·지분투자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과 배넌은 AI의 위협에 대한 폭로가 나오자 오픈AI, 앤트로픽, 스페이스X AI 등 미국의 AI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그 위협을 인정하며 규제론에 동조하는 것에 대해선 "위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샌더스 의원은 이들이 겉으로는 AI 규제를 외치면서 뒤로는 "AI에 대한 엄격한 안전장치를 위해 싸우는 의원들과 후보들을 낙선시키려는 슈퍼팩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는다"고 지적했다.
배넌은 AI 빅테크 CEO들이 워싱턴 정가에서 벌이는 입법 로비, 책임 회피용 자기 고백, 미 연기금 자본투입을 요구하는 '금융 전가'를 한다면서 이들의 "새빨간 거짓말"에 속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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