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습에 아내 잃고 맨몸으로"…후티 진격에 10만명 피란길

입력 2026-09-16 00:10
"드론 공습에 아내 잃고 맨몸으로"…후티 진격에 10만명 피란길

예멘 남부 난민촌 북적·생필품 부족…바다 건너 지부티로 탈출 러시

UNHCR "해상 물류 불안해지면 구호물자 배송 선박도 타격 불가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예멘 서해안과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를 장악하려는 이란 지원 후티 반군의 쾌속 진격이 이어지면서, 전쟁의 포화를 맨몸으로 맞아야 하는 민간인들의 비극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며칠 새 1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고, 수천 명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고 있다.

예멘 남부 아덴에 급조된 임시 난민촌에는 전쟁의 포화를 피해 맨몸으로 도망쳐 나온 이들의 절규가 가득하다.

60대 남성 무함마드 아이야시는 드론 공습으로 튄 파편이 아내의 가슴에 꽂히는 참상을 눈앞에서 겪었다.

아내를 잃은 그는 세 자녀를 데리고 고향인 항구도시 모카를 등진 채 무작정 도망쳤다. 아이야시는 "신께 맹세코 우리는 밀가루 한 줌조차 없다. 깔고 잘 매트리스도, 갈아입을 옷도 없다"고 호소했다.



다리에 파편 상처를 입은 타우피크 알 하리지는 "신의 보살핌 속에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쟁이 들이닥쳤다"며 "입고 있는 옷 외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고 망연자실했다.

아이들과 함께 사흘 밤낮을 걸어 아덴에 도착한 카디자 쿠다프 역시 "아이들 옷조차 챙겨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생존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식수와 식량이다.

예멘 남부 타이즈주(州)의 난민촌에 도착한 타그리드 살렘은 "우리는 포탄과 미사일, 전투기의 공습을 피해 갓 도착한 피란민들"이라며 "당장 물이 필요하다. 구호단체가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절박하다"고 절규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알 호데이다, 타이즈, 아덴 등 예멘 서해안 일대를 휩쓴 이번 교전으로 예멘 내에서만 이미 1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접경 지역을 벗어난 국경 밖 탈출도 급증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 지부티로 대피한 피란민만 최근 나흘간 2천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탈출 인파의 60% 이상은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 등 취약 계층이다.

지부티의 상드린 데자무르 UNHCR 대표는 "피란민 대부분이 험난한 항해 끝에 극도로 지친 상태로 도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 마르카지 난민촌의 남은 수용 여력은 5천명에 불과한데, 향후 1만 명 이상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당장 식수와 쉼터, 필수 서비스가 바닥나기 전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호물자 전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로가 훼손되고 통신이 두절된 데다 모카항구까지 심각한 피해를 보면서 인도적 지원단체의 접근이 극도로 제한받고 있다.

UNHCR은 예멘 내 피란민의 긴급 구호를 위해 1천400만 달러(약 190억 원)의 자금이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이번 공세는 단순한 지역 내전을 넘어 글로벌 물류와 인도주의적 구호망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인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에 이어,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핵심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안보까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UNHCR은 "불안정한 해상 상황이 계속되면 예멘은 물론 수단 등 인근 교전 지역으로 향하는 인도적 구호물자 배송 선박의 운항마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게 되면 운송 기간이 25~30일이나 늘어나 분초를 다투는 구호품 전달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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