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발 장거리 드론 위협을 의식해 예정돼 있던 국제회의 개최지를 돌연 바꿨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던 '발다이 토론 클럽' 행사가 돌연 모스크바로 개최지를 옮겼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2004년 출범한 이 행사는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국제회의로, 매년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장시간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외교 기조를 알리는 무대로 알려져 있다.
올해도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나흘간 예년처럼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개최지가 모스크바로 바뀌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이로써 행사 장소는 러시아 남서부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서 약 1,400㎞ 떨어진, 러시아 본토 깊숙한 모스크바로 옮겨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이미 초청장을 받아둔 내빈 120명도 장소 변경 사실을 뒤늦게야 통보받았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이번 장소 변경이 푸틴 대통령 경호팀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고 전했다.
소치는 푸틴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흑해를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와 바다를 맞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 타격 범위를 러시아 본토 깊숙이까지 넓혀가면서 소치 역시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소치 인근 정유 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벌어져, 휴가철 인파를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188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 본인도 소치를 찾는 발걸음을 부쩍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10월 '발다이 클럽' 참석을 끝으로 소치를 찾지 않았으며, 최근 2년간은 한 해에 단 두 차례씩만 소치를 방문하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하기 직전인 2021년 한 해에만 소치를 24차례나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