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5%를 돌파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채권시장이 먼저 반응한 겁니다.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매입 등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우리 시간으로 목요일 새벽 예정되어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의 무게감도 커졌습니다.
마켓 딥다이브, 증권부 김종학 기자와 짚어봅니다.
김 기자, 미 10년물 5% 돌파, 이게 얼마 만입니까?
<기자>
미국의 역대급 금리 인상 사이클 막바지였던 2023년 7월 이후 처음있는 기록입니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현지시간 14일 연 5.014%까지 치솟은 뒤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습니다.
연준의 이번달, 9월 FOMC를 하루 앞둔 채권 시장의 매도세가 크게 이어지면서,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도 4.658%, 30년물도 장중 5.4% 부근까지 올라서는 등 채권 시장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러한 매도세는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로 확인된 인플레이션과 장기화하는 전쟁 등으로 인한 재정 적자 우려가 겹치면서 발생했는데, 마치 미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하던 2022년과 2023년 초반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앵커>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연 5%가 아닌 더 높은 금리를 기록할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면 '금리 발작'이라 부를 만한데, 진정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기자>
시계를 되돌려 2022년 3월 당시 상황을 보면, 연준은 팬데믹 이후 뒤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23년까지 11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당시 제롬 파월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보고 뒤늦게 물가를 잡기 위해 가파른 인상을 단행했고, 이듬해 7월에는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까지 채권시장이 반영하며서 시장이 무너져내릴 때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고용 지표는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8월 미국의 고용은 16만 2천명, 소비자물가지수는 근원 기준 전월대비 0.3%로 모두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발언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어야 인상 확률이 낮아지지만, 지표는 정반대 움직임이고, 게다가 유가까지 뛰고 있죠.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티의 공습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를 잇는 핵심 송유관이 멈추면서 공급차질 우려가 커졌습니다.
월가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에서 "유동성이 아니라 미국이 너무 오래, 너무 많은 채권을 발행한 것이 문제"라면서 일각에서 예상한 5.5% 가능성까지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채권 시장 위기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도 읽힙니다. 노무라증권서 이달 독특한 보고서를 하나 냈는데, 그동안 미국의 쌍둥이 적자, 그러니까 재정수지 적자와 무역 적자를 동시에 가려주던 것이 AI붐이었다는 겁니다.
막대한 채권 발행으로 인해 미국이 대외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재정상황을 악화시키는 시기인데, AI에 대한 투자와 서비스 구축으로 인해 이런 상황을 임시로 덮어뒀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가 10년 이상 장기 국채를 되사들여 기간에 따른 프리미엄을 낮추는 방향의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약해지고 결국 시장은 추가적인 재정 악화 가능성을 꾸준히 반영하면서 금리가 오르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전망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열쇠는 결국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쥐게 됩니다. 미국시간으로 오늘부터 FOMC가 시작됩니다. 시장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는 목요일 새벽 미 연방준비제도의 성명서가 공개되는데, 페드워치 기준 이번 회의에서 25bp 인상 확률은 94.5%까지 올라왔습니다.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2023년 7월 이후 3년여 만의 첫 인상입니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물가 보고서 이후 시장의 인상 확률이 90%에 육박한 만큼, 연준으로선 동결 시 뒤따를 시장 반응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말이죠,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연준 의장에게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있지 않습니까.
케빈 워시 의장이 대통령의 이러한 의도를 덮어둔 채 인상을 해야 한다는 건데,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과 별개로 시장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요?
<기자>
역설적으로, 연준이 향후 금리 향방을 밝히지 않고 금리 동결을 이어오면서 쌓아온 신뢰 문제를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시장 보고서를 보면, 케빈 워시 의장의 물가 대응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9월과 오는 12월 두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인데,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확률이며 연준의 신뢰도만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도 거론 중인데, 만약 금리를 올리고 가이던스를 또 내놓지 않는다하면 시장은 완만하게 하락하는 경로를 그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월가의 베테랑 전략가인 에드 야데니 역시 "이번 주 금리 인상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시킬 것"이라면서 "장기금리의 상방 압력을 일부 덜어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시장은 이미 긴축을 가격에 반영했고 인상 시 오히려 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점도 갖고 있지만, 반대로 동결에 그친 채 말을 아낀다면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의심하며 금리가 뛸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JP모건의 보고서도 같은 문제를 지목한 셈인데, 역시 신뢰를 회복하는 인상이 단행되면 금리를 올렸음에도, 장기금리는 내려갈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차입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AI 인프라 기업들에도 숨통이 트이는 셈입니다.
<앵커>
말이 나온 김에 AI 속도 조절론이 미 정치권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까지 공개하면서 시장 공포가 과장했단 주장을 내놓은 것이 화제입니다.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현지시간 14일 미 경제분야 팟캐스트 채널인 올인의 연례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 멸망과 관련한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앤트로픽의 전임 엔지니어가 제기한 10년내 인류의 10%만 남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 "과학에 기대지 않은 전망"이라며 "지어낸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또 대담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걸려온 전화를 스피커폰을 통해 공개했는데, 트럼프는 최근 불거인 AI 속도 조절론이 사기극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데이터 센터가 미국의 많은 주를 부유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AI에서 앞서야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앤트로픽이 주장한 AI 속도 조절론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상당한 경쟁우위를 확보한 선두 기업들이 정부 규제를 촉발시켜 후발주자를 견제하고 선두 지위를 굳히려는, 설계된 메시지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AI 규제가 정치 쟁점화되는 시기를 노렸다는 평가도 나오는 등 상장을 앞둔 기업들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의 결과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규제 촉구는 소음일뿐 '전세계적 경쟁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자국 기업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도 내놨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간선거까지 변동성은 이어지겠지만 가격이 낮아진다면 반도체와 네트워킹 장비주를 주목할 만하다"며 빅테크 등 관련 기업들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관점도 내놨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어보죠. 오늘 밤 미국 상원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명운이 걸린 클래리티법 표결도 예정돼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시간 화요일, 우리시간으로 오늘 밤늦게 진행됩니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새로운 규제 체계를 확립하는 클래리티법은 지난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뒤 수개월째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해왔죠
가까스로 토론을 종결하는 법안 처리 절차의 과정 즉 절차 표결에 들어가는데, 최소 60표가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미 민주당에서 7표가 넘어와야 겨우 통과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7월 하원을 294 대 134로 통과해,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하는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데,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현새로서는 우세합니다.
SEC와 CFTC로 나뉜 규제 관할을 정리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업계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정도 규모의 입법이 통과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연내 처리에 비관적인 목소리가 커진 상태입니다.
폴리마켓 등 베팅 사이트에서는 통과 가능성을 15% 안팎으로 낮춰 보고 있는데, 만약 이번 절차투표가 무산되면 올해 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2027년 새 의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관련 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