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밤 공기 속으로 단단한 종소리가 번져나갔다. 경주박물관 안팎에서 숨죽여 타종을 기다리던 1000여명의 시민들에게 1200여년 전 신라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24일 오후 7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 타음(打音) 조사 공개회’가 열렸다. 지난해 9월 22년 만에 공개적으로 종을 울린 데 이은 두 번째 공개 타종이다. 신청자는 6063명으로 지난해(3800여 명)보다 60%가량 늘었다. 종 제작이 완성된 해인 771년을 기념해 관람객 771명을 추첨으로 뽑았다. 추첨에서 떨어진 이들 중 일부는 이날 국립경주박물관 정문 앞에 모여 함께 종소리를 감상했다.
‘에밀레종’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771년(혜공왕 7년) 완성된 신라의 대표 범종이다. 높이 3.66m, 무게 18.9t으로 우리나라에 남은 옛 범종 가운데 가장 크다. 이 종의 소리는 지난 3월 방탄소년단(BTS) 5집 ‘아리랑’에 통째로 실리면서 K팝 바람을 타고 세계로 퍼졌다.
타음 조사는 종을 쳐 소리와 진동을 재는 일종의 ‘정기 검진’이다. 1200년이 넘은 유물인 만큼 소리를 검사해 변화를 가려내고 파손을 예방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종을 치는 세기를 달리해 강도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처음 살폈다. 종에 무리를 주지 않는 타종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 공개회 주제는 ‘모두를 위한 울림’이다. 시각·청각장애인과 경주 지역 이주배경 학생을 따로 초청했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보청기에 소리를 바로 보내는 히어링 루프와 수어통역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경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