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업계 리더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AI 관련 주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시장의 전략가들은 과거 일시적 충격으로 끝난 딥시크 쇼크 때처럼, AI 컴퓨팅 용량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은 극히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는 오히려 AI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경우 궁극적으로 AI산업에 대한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투자자들은 자발적으로 개발 속도 둔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 계약이 취소될 조짐이 있는지 보기 전까지는 AI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거대 AI연구소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 컴퓨팅 용량에 대한 수요는 줄기 어렵다는 점 등으로 AI 개발 속도 둔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특히 경쟁을 안할 수 없는 기업의 자발적 규제는 기대하기 쉽지 않아서 정부의 규제가 중요한데, 전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반응을 보면, 이 두 나라 정부가 개발 규제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점도 AI속도 조절론이 찻잔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선도적인 AI 개발업체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개발 활동이 실제로 둔화된다면 향후 IPO가 예상되는 두 회사의 기업 가치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라이즌 투자 서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척 칼슨은 "이 두 회사가 상장하게 되면 결국 주주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냥 말이 아니라 실제로 개발 속도 조절이 일어나는지, 실제로 주문이 취소되고, 데이터 센터 건설 계약이 취소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 오라클 등의 자본 지출액은 올해 약 7,950억 달러, 2027년에는 거의 1조 8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 지출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이익과 주가가 모두 급등했지만 AI 속도조절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 반도체 지수는 그럼에도 올해 여전히 60% 상승한 상태이다.
아레나 프라이빗 웰스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에릭 크라츠는 "AI 안전에 대한 더 철저한 접근이 긍정적인 측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CEO들이 안전 장치를 요구했다고 당장 데이터센터 건설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안전체계가 마련되면 장기적 자본 지출에 대한 보험 인수가 더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크라츠는 또 “진정한 위험은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실제로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정부가 실제 규제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날 트럼프 대통령은 AI의 안전 위협론이 “완전한 사기”라면서 격앙해서 반박했다. 중국 정부 역시 “중국이 미국에 뒤처지게 하려는 냉전시대적 음모”라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미 중 양국 정부의 태도를 감안할 때 미 중 양국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AI 개발에 대한 어떠한 규제 강화도 실제로 나설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최근의 급락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2025년초 중국의 딥시크 AI모델 이후 AI인프라 투자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발생했던 시장 불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의 엔비디아 등 반도체 주식 매도세도 고성능 AI칩이 예상만큼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발생했다.
오히려 AI의 발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또 다른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 부문의 글로벌 사모펀드 공동 책임자인 마이클 브룬은 투자자들은 "규제가 더 강화될지 완화될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지 완화될지, 기술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지"를 오히려 관건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하락세로 “AI의 중심부에 투자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는 AI가 아니어도 이미 채권 수익률 상승, 유가 상승,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직면해있다. S&P500과 나스닥 종합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보다 약 2% 낮은 수준이다.
마인드셋 웰스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파트너인 제임스 험프리스는 "AI 반도체 및 인프라 관련 주식은 오랫동안 중단 없는 자본 지출 붐을 반영해 왔기 때문에 개발 속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조금만 나와도 허용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이미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확실한 연준의 금리 정책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인 AI 분야까지 타격을 받는다면, 전체 시장이 완전히 역풍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