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화웨이 D램 주문 뚝
삼성 상반기 中 매출 35%↓
美 서버업체 IDC 투자 줄어
하이닉스 매출은 40% 급감
[ 고재연 기자 ] 올해 상반기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 삼성전자의 대(對)중국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35% 감소했고, SK하이닉스의 대(對)미국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업체들의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17조81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조4102억원)보다 34.9%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2.7%에서 23.7%로 줄었다.
중국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점유율이 떨어진 화웨이가 삼성전자로부터 D램,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주문을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 상위 5개 기업은 애플과 베스트바이, 버라이즌, 화웨이, 도이치텔레콤 등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화웨이로부터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샤오미, 오포 등도 삼성전자로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구매량을 상대적으로 줄였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가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1830만 대를 출하해 점유율 40.6%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6.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유럽 매출은 8조9066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712억원)와 비교하면 오히려 소폭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미국 매출이 크게 줄었다. 상반기 미국 매출은 3조8684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5061억원) 대비 40.5% 급감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서버 업체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투자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버용 D램 판매량이 급감했다. 중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애플이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구매를 줄인 것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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