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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3조 들여 개발한 '수리온'의 눈물…시·도 소방본부 구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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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3조 들여 개발한 '수리온'의 눈물…시·도 소방본부 구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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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지자체 소방본부 중 제주 1곳만 도입

지자체, 사실상 국산헬기 입찰 차단
소방헬기 항속거리 충족에도
관할구역 넘는 비행 기준 요구
과도한 안전검증도 발목 잡아



[ 김보형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헬리콥터 ‘수리온’은 지난 7월 A지방소방본부의 소방헬기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수리온이 항속거리(이륙 후 연료를 전부 쓸 때까지 비행 가능 거리)에서 이 소방본부가 제시한 입찰 참가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입찰 끝에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사의 AW139가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와 민간이 6년여간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수리온이 정작 국내 소방헬기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출동구역 웃도는 항속거리 요구

19일 업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중앙119구조본부 및 15개 시·도 소방본부와 도입 계약을 맺은 소방헬기 9대 중 국산 헬기(수리온)는 1대(제주소방본부)에 그쳤다. 레오나르도 5대(AW139·169·189)와 에어버스 3대(H225) 등 외국산 비중이 절대적이다. 군(도입예정 포함 100여 대)과 경찰(8대), 해경(3대) 등의 수리온 도입 대수와 비교해도 큰 차이다.

시·도 소방본부가 규정보다 지나치게 높은 성능을 요구하면서 수리온의 입찰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항속거리가 대표적이다. 소방청은 2016년 제정한 소방헬기 기본규격을 통해 항속거리는 500㎞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지방소방본부는 항속거리를 700㎞ 이상으로 제시했다. 2016년 소방헬기 입찰을 했던 B·C지방소방본부는 이보다 긴 800㎞ 이상을 요구했다. 소방용으로 개발한 수리온의 항속거리는 680㎞(외부 연료탱크 포함 시) 수준이다.


119구조구급법상 시·도 소방헬기 출동구역은 해당 시·도로 국한하고 있다. 도서 지역이 많은 전남의 경우 소방헬기가 있는 영암군에서 신안군 홍도의 환자를 목포 한국병원으로 이송한 뒤 다시 영암으로 돌아오더라도 비행거리(영암→홍도→목포→영암)는 276㎞에 그친다. 법적으로 갖춰야 하는 예비연료 비행거리(145㎞) 등을 감안해도 항속거리는 421㎞면 충분하다.

군경보다 까다로운 증명 강요

시·도 소방본부가 국토교통부의 형식증명(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관련 기관의 증명)과 카테고리 A인증(2개 엔진 중 하나 고장 시 비행 능력) 등을 요구하는 것도 수리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리온은 군용으로 개발돼 방위사업청의 형식증명만 받았다. 민간용인 국토부 인증을 받으려면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

KAI는 소방헬기 수주를 위해 2014년 국토부에 “방사청 형식증명도 인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국토부도 지난해 6월 항공안전법을 개정해 수리온도 형식증명에 준하는 ‘제한형식증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시·도 소방본부는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수리온을 입찰에서 배제하고 있다. 카테고리 A·B는 일반여객·운송용 헬기에 적용되는 인증이다. 소방헬기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카테고리 A·B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지낸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시·도 소방본부 주장대로라면 군과 경찰은 안전 검증이 덜된 헬기를 도입한 꼴”이라며 “방사청 안전기준이 민간보다 허술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육군(무사고 1만5000시간)과 경찰(5000시간)은 사고 없이 수리온을 쓰고 있다.

부품 공급 등 후속 지원 면에서는 수리온의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30년 가까이 운용하는 헬기는 구매 비용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두 배가량 더 든다.

항공산업 육성 측면에서 국산 헬기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군과 경찰, 해경은 국가계약법과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국산 헬기를 적극 구매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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