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신경계 손상 여부 감시
뇌혈관 등 뇌 신경계 수술에 이용
[ 이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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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검사를 하면서 뇌전증 수술을 하면 한쪽 마비 등 합병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질로도 불리는 뇌전증은 뇌 속 신경세포 등이 갑자기 지나치게 흥분해 발작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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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발작으로 병원을 찾으면 검사해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으면 뇌전증 원인이 되는 뇌의 일부를 자르는 수술을 한다. 수술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다. 대개 측두엽 절제 수술을 많이 한다. 이 수술은 운동신경계와 거리가 멀지만 환자 1~3% 정도는 한쪽이 마비되는 등의 합병증이 생긴다.
서 교수팀은 이런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수술 중 신경계를 감시하는 검사를 도입했다. 신경생리 전문의, 외과 전문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환자 상태를 관찰하면서 수술하는 방법이다. 수술을 하면서 운동유발전위 검사와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를 한다. 운동유발전위 검사는 두피에 붙인 전극으로 뇌 운동경로를 자극해 양팔과 양다리로 근육 반응이 잘 되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는 손목 신경과 발목 신경을 자극해 두피로 감각이 잘 전달되는지를 본다.
삼성서울병원 수술 중 신경계 감시팀은 뇌전증 환자의 측두엽 절제 수술을 하는 동안 이 검사를 하면서 환자에게 신경계 손상이 일어나는지를 계속 감시했다. 수술 중 신경 반응 진폭 등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지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수술하는 외과의사에게 알려 원인을 확인하도록 했다. 환자에 따라 뇌 손상을 막을 수 있도록 구급조치도 했다.
서 교수팀이 분석한 892명의 환자 중 613명은 이런 신경계 감시를 시행하기 전 수술받은 환자였다. 나머지 279명은 2009년 감시를 시행한 뒤 수술받았다. 시행 전후를 비교했더니 신경계 감시 도입 전 수술받은 환자 중 영구적인 합병증이 생긴 환자는 7명이었다. 이 중 뇌경색 때문에 편마비가 생긴 환자는 1명,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반신부전마비를 호소한 환자는 6명이었다. 신경계 감시를 도입한 뒤에는 이런 영구 합병증이 생긴 환자가 없었다. 수술 중 환자 10명 정도에게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는데 모두 바로 대처해 수술이 끝난 뒤 한 달 안에 합병증 없이 회복됐다.
서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서 수술 중 신경계 감시법은 뇌혈관, 뇌종양, 척추, 기능뇌수술 등 뇌신경계 관련 수술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뇌전증 수술에도 신경계 감시법을 활용하면 합병증이 0%로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이 검사가 적극적으로 활용돼 많은 뇌신경계 질환 환자가 더 안전하게 수술받으면서 완치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