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직전 실적이 흥행 좌우
투자자는 성장 지속 지켜봐야"
[ 이고운 기자 ] 대어급 기업공개(IPO) 후보들이 상반기에 좋은 실적을 내며, 상장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를 높였다. 상장 직전에 회사가 올린 실적은 공모가를 정하고 공모주 흥행을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태광실업은 지난 상반기 1조1585억원의 매출(별도재무제표 기준)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9061억원)보다 27.9% 늘었다. 영업이익도 59.4% 증가한 1250억원, 순이익은 13.2% 늘어난 1079억원이었다. 이 회사 최대 고객사인 나이키의 실적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태광실업은 지난달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데 이어 최근 후보를 압축하며 내년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태광실업은 내년 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태광실업의 예상 기업가치를 5조원 이상, 예상 공모규모는 1조원대로 보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대형 IPO 후보로 꼽히는 침대 매트리스 제조사 지누스도 상반기 이익이 껑충 뛰었다. 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으로 422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143억원)의 3배 수준이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154억원)의 2배 이상인 326억원이었다. 매출 역시 35.6% 증가한 3385억원이었다. 주요 제품인 침대 매트리스의 원재료 가격이 안정된 데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새로 진출한 한국 등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지누스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올해 상장하면 상장폐지를 당한 지 14년 만에 증시에 재입성하게 된다.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 중인 가전제품 렌털기업 SK매직의 이익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3억원)의 2배 이상이다.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31억원)의 3배 수준인 92억원을 냈다. 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를 철회한 뒤 재추진 시기를 저울질 중인 호텔롯데의 실적도 개선됐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1% 늘어난 973억원, 순이익은 18.6% 증가한 1338억원이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추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IB업계는 호텔롯데의 실적 개선세가 더 뚜렷해져야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장 목표인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도 올 상반기에 순이익 96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 흥행을 가르는 관건은 좋은 실적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라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한 증권사의 IPO담당 임원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기업들이 상장 직전 실적을 관리하는 데 공을 들인다는 건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추진 당시 실적이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후 하락세로 접어드는 사례도 종종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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