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겨냥한 모바일 생방송서
4060 구매 비중 70~80% 달해
[ 박종필 기자 ] ‘버버리 패딩, 프라다 가방, 삼성 노트북….’
현대홈쇼핑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내보내는 생방송 프로그램 ‘쇼핑라이브’에서 올 들어 판매된 고가 제품들이다. 그동안 모바일 생방송에는 TV 생방송에선 판매하기 꺼렸던 중저가 패션, 뷰티 상품들이 주로 판매됐다. 구매 연령층도 2030세대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엔 모바일 생방송에도 TV홈쇼핑 방송에서나 볼 수 있던 1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플랫폼에 4060세대 ‘큰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서다.
고급화하는 모바일 생방송 제품
지난 4월 쇼핑라이브에서 진행된 100만원대 삼성전자 노트북은 방송 한 시간 만에 2억원어치가 팔렸다. 쇼핑라이브 사상 최대 매출이었다. 이후 발렌시아가, 버버리, 프라다, 펜디, 발렌티노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쇼핑라이브에 잇따라 소개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해외 명품을 판매하는 모바일 전용 생방송을 올해 10회 내보냈는데, 회당 평균 매출이 1억원을 넘었다”며 “모바일 생방송의 회당 평균 매출이 약 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박’ 수준의 결과”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의 모바일 생방송 ‘쇼크라이브’도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300만원대 세라젬 의료기기 렌털 상품을 팔았는데, 주문액이 1억2000만원에 달했다.
모바일 생방송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고급화 바람은 40대 이상 소비자의 모바일 쇼핑 확대와 관련이 깊다. 이미 모바일 생방송 구매 소비자에서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에 따라 80%까지 치솟았다. GS샵은 지난 5~7월 ‘모바일 라이브’에서 방송된 전체 상품 구매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40~60대 비중이 81%에 달했다. 20~30대는 15%에 불과했다.
4060 엄지족 구매력 커져
유통업계에선 남녀노소 전 연령층으로 확산된 유튜브 열풍이 중장년층의 모바일 생방송 쇼핑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돼 직접 방송하고, 시청하며, 실시간 댓글을 다는 문화가 중장년층에 급속히 퍼진 효과라는 것이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온라인 최저가와 비슷한 가격적인 혜택뿐 아니라,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생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50~60대 소비자들까지 손쉽게 모바일 생방송에서 상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모컨족’이 줄고 ‘엄지족’이 늘고 있는 것도 모바일 생방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모바일을 통한 구매 비중은 2014년 17.8%에서 2018년 35.1%로 증가한 반면 TV홈쇼핑을 통한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61.8%에서 51.2%로 줄었다.
이탈리아 매장 생방송도
모바일 방송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자 TV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시간을 늘리고 고가 상품 종류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명품 업체를 탐방하는 등 모바일 생방송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현지 명품 업체 출장 현장을 연결하는 생방송을 했다. 쇼크라이브를 통해 ‘픽미업 유럽가다’는 제목으로 편성한 생방송에서 방송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직접 밀라노와 피렌체의 매장을 찾아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GS샵은 지난 5월 모바일 생방송을 확대 개편하면서 방송 횟수를 주 1회에서 3회로 늘렸다.
오지한 롯데홈쇼핑 PD는 “기존 모바일 생방송은 인플루언서와 연계하는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주류였다”며 “하지만 최근엔 구매력이 높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콘텐츠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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