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TR 라이트하이저 - 中 류허 전화통화 직후 발표
크리스마스 시즌 美 소매가격 상승 우려 커져
상하이협상 뒤 나온 첫 유화책…美·中전쟁 일단정지
"美 약점 시인한 셈" 비판 속 뉴욕증시·유가는 급등
[ 주용석/강동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 중 절반에 대한 관세 부과 시기를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했다. 당초 9월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하반기 쇼핑시즌 미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피해를 의식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3000억달러 중 1600억달러 관세 연기”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에서 관세 연기 대상 품목으로 휴대폰, 노트북, 비디오게임 콘솔, PC모니터, 일부 장난감·신발·의류 등을 제시했다. USTR은 또 “특정 품목은 보건과 안전, 국가안보, 다른 요소들에 기초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관세 부과가 연기되는 제품은 1600억달러어치, 관세가 아예 면제되는 제품은 20억달러어치, 예정대로 9월부터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1100억달러어치 정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당초 미국이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중국 제품의 절반 이상이 3개월 남짓 관세 유예 조치를 받게 됐다.
품목별로 보면 애플의 아이폰(휴대폰)과 맥북(노트북)은 관세 부과가 연기됐다. 하지만 애플 에어팟(무선이어폰)과 애플워치(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오토바이, 리튬이온 배터리, 운동용품, 악기, 농산물, 주방용품, 일부 의류·신발 등은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성경과 선적 컨테이너 등은 관세 리스트에서 빠진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눈에는 눈’ 식으로 치고받기를 해왔다. 미국이 9월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걸 용인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강 대 강’ 대결을 이어갔다. 미국이 이날 일부 관세 부과를 연기한 건 ‘상하이 협상’ 후 미국이 내놓은 첫 유화책이다.
무역전쟁 완화될까
이번 조치는 중국이 “류허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13일 밤 통화했다”며 “2주 내에 다시 통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기존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 관세 부과’ 계획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꺼이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 덕분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4% 급등했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4% 뛴 배럴당 57.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에게 미·중 간 전화통화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통화였다”며 “나는 그들이(중국이) 뭔가 극적인 것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15일 이후에도 추가로 관세를 연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속단하기 힘든 이유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헤이먼캐피털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카일 배스는 미 CNBC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소리 높여 외치다가도 주가지수가 몇백 포인트씩 떨어질 때마다 종전 입장에서 후퇴했다”며 “중국은 이런 현상을 약점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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