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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의 경제산책] 청와대로 넘어간 공…'광복절 메시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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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직접 발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이 술렁거렸습니다. 일본의 대(對)한국 무역규제에 맞서 우리도 보복 조치에 나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죠. 지난 8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놓고 ‘좀더 시간을 갖자’고 한데다 “(일본과의)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맞대응 조치가 이처럼 빨리 나올 것으로 예상하긴 어려웠습니다.

우리 정부의 발표 형식과 내용은 여로모로 일본과 유사했습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장관이 지난 2일 짧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과의 신뢰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본의 수출입 관련 시행세칙 변경은 (한국에 대한) 금수조치가 아니라 수출절차 강화다.”라고 했었지요. 성 장관 역시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통제제도가 국제 원칙에 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수출절차 강화다.”라고 했습니다. 성 장관은 질문을 2개만 받고 간단하게 답변한 뒤 떠났습니다. 다만 일본과 달랐던 게 있다면 성 장관이 “일본의 협의 요청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응하겠다”며 대화할 뜻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번 공방으로 양국은 상대측을 ‘수출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습니다. 한국은 27개국인 일본 리스트에서, 일본은 29개국인 한국 리스트에서 각각 빠진 것이죠. 참고로 일본의 전략물자는 1194개, 한국의 전략물자는 이보다 많은 1735개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뿐 실효성은 별로 없습니다. 일본과 같은 핵심 소재·부품·장비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죠. 일본에 전략물자를 팔지 않으면, 수출 손실을 입는 국내 제조업체만 늘어날 뿐입니다. 하지만 어제의 상응 조치는 불가피했다는 게 관가 안팎의 진단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균형을 맞춰놔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이 전격적으로 맞대응에 나선 건 광복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한·일 갈등이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인 요즘, 광복절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본도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성 장관이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 메시지’를 잘 활용해 ‘미래’를 얘기한다면, 새로운 한·일 관계 설정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면 상황은 더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우리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광복절에도 이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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