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 잃은 아이 옆에서 '엄지척' 포즈
"비극 정치화 말라" 아이 유가족은 트럼프 두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지척' 포즈가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기와 사진을 찍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 문제가 됐다.
9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전날 트위터에서 "어제(7일) 오하이오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에서 놀라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당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지난 주말 데이턴과 엘패소에선 총기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최소 31명이 숨졌고,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현지를 찾아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문제는 엘패소 대학병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생후 2개월 아기를 안고 있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곁에서 웃는 얼굴로 엄지를 세웠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 학용품을 사려고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 들렀다가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에 의해 살해됐다. 아기를 안고 있던 그는 총성이 들리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고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 남편도 아내 앞으로 뛰어들다 함께 목숨을 잃었다.
이 사진이 공개된 후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스처가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건의 심각성에 걸맞은 태도를 보이라는 비판이었다.
민주당 전략가인 그레그 피넬로는 트위터에 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촬영에 소품으로 쓰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피넬로는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목청을 높이는 등 인종차별적 막말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도 백인우월주의 색채가 짙은 총격 참사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아이의 삼촌은 "우리 가족의 비극을 정치화하지 말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트럼프 지지자라는 그는 아이의 아빠도 생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으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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