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금융위기 때 구원투수 등판
유연하고 합리적 업무 스타일
日규제·G2 무역전쟁서 역할 주목
[ 박신영/임현우 기자 ]
은성수 수출입은행장(58)이 9일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되자 금융시장에선 대체적으로 “적임자가 내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금융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경력이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 산적한 해외 악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은 후보자는 ‘위기’에 익숙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에서 64조원의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세웠다. 2011~2012년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때는 유럽 재정위기와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에 대응했다. 일본·중국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도입을 주도했다.
업무 스타일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편이다. 어려운 경제용어를 유머를 곁들여 쉽게 풀어내 국회의원과 기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듣는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시절엔 ‘쓰지마 국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면서도 말끝은 항상 “(기사로는) 쓰지마~”로 맺어서다.
또 현실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은 후보자는 지명 직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연 간담회에선 남북한 경제협력에서 차지하는 금융의 역할과 관련해 “경협은 미국이나 유엔의 북한 제재 같은 국제적인 협력의 틀 속에서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견해를 밝혔다.
국내금융에 취약하다는 지적에는 “변명하지 않겠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을 때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은 항상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금융혁신과 소비자 보호, 금융시스템 안정 세 가지를 균형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선 “너무 지나친 공포가 있다면 (사실이) 아닌 걸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온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은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도 유머로 끝맺었다. 그는 핀테크(금융기술)에 어느 정도 친숙한지 기자들이 묻자 “엊그제 아내와 산책하다가 갈증이 났는데 돈이 없었다. 그런데 휴대폰에 간편결제 포인트가 있더라”며 “(그걸로) 누가바를 사 먹었다. 아내한테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했다”고 답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약력
△1961년 전북 군산 출생 △전북 군산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7회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국제금융국장·국제경제관리관 △세계은행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박신영/임현우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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