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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바늘 같다고요? 우린 1년 300일 붙어 다니는 티격태격 '톰과 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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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고진영 '그림자 뒷바라지' 최수진 매니저

"고강도 특훈 잘 견디는 걸 보고
올해는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
때론 배울 게 많은 언니 같기도"



[ 조희찬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는 우승자가 대회장인 미션힐스골프장 18번홀 바로 옆에 있는 호수 ‘포피 폰드(Poppie’s Pond)’에 입수하는 전통이 있다. 선수들은 대부분 캐디나 가족과 함께 호수로 뛰어든다. 지난 4월 8일 열린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고진영(24)은 당연하다는 듯 매니저 최수진 씨(26)의 손을 잡았다.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가 열리고 있는 제주오리CC에서 최씨를 만났다. “진영 프로와 캐디는 나와 함께 입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어요. 아마도 포피 폰드에 뛰어든 1호 매니저가 아닐까 싶어요. 하하.”

이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고진영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그림자 내조’를 하는 그의 헌신이 있다. 최씨는 스포츠마케팅사인 갤럭시아SM 소속으로 2017년부터 고진영을 돕고 있다. 고진영보다 두 살 많은 언니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고진영이 가는 곳엔 항상 그가 있어 LPGA투어 관계자들은 두 사람을 ‘팀 KO’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투어 기간에는 방도 함께 쓰기 때문에 ‘자나 깨나’ 붙어 있는 사이다. “많은 분이 우리를 ‘실과 바늘’ 같다고 하지만 사실은 애증 관계의 ‘톰과 제리’ 같은 사이예요. 누가 고양이 ‘톰’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죠. 대부분은 진영 프로가 톰이에요.”

최문순 강원지사의 조카인 최씨는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해 프로선수를 목표로 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골프채를 내려놨다. 호주에서 스포츠경영학을 공부했고 영어를 배웠다. 골프를 잘 알고 영어까지 잘하니 2017년 당시 LPGA투어 진출을 준비하던 고진영에겐 최씨가 ‘귀인’이나 다름없었다. “입사 초기 LPGA투어 관련 일을 한 것이 인연이 돼 고진영 프로를 따라 미국까지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색한 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친자매와 같은 사이예요. 최근에는 서로 요리해 주는 취미가 생겼어요. 진영 프로는 내가 해준 김치볶음밥을 좋아해요. 진영 프로는 최근 ‘김국’이라는 걸 끓여줬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벌써 함께한 시간이 2년. 둘은 1년 중 300일가량을 붙어 다닌다. 최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고진영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2주간 정말 강도 높은 ‘특훈’을 할 때 올해는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느낌이 왔어요. 항상 끊임없이 노력하고 필드 위에서 냉철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배울 점이 많은 언니 같아요. 골프는 참 외로운 운동입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힘 닿을 때까지 진영 프로가 외롭지 않게 여자로서, 또 언니로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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