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마스터스 출격
10개월 만에 국내 팬에 인사
"세계랭킹 1위 연연하지 않고
경기력 높이는 데만 집중할 것"
[ 조희찬 기자 ]
“또 다른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박인비·31)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제주 오라CC(파72·6666야드). ‘골프 여제’ 박인비가 옆에 앉은 고진영(24)에게 극찬을 쏟아냈다. 고진영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박인비는 “(고)진영이는 흠잡을 데가 없다”며 “다른 선수들은 경기할 때 흔들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진영이는 아니다. 정말 전성기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올 시즌 성과가 실감나지 않다가 아빠가 공항에서 안 하던 볼 뽀뽀를 해줘 그때 느꼈다”며 “서귀포에서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고진영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3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를 질주 중이다.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며 ‘타이틀 싹쓸이’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여느 KLPGA 대회와 달리 수십 대의 방송 카메라가 몰려 고진영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바빴다. 사전 행사로 열린 ‘꿈나무 원포인트 레슨’에는 원희룡 제주지사(55)가 현장을 찾는 등 성황을 이뤄 고진영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고진영은 “겨우내 준비를 잘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마지막 대회가 끝난 뒤 미국에 남아 코치와 여러 가지 훈련을 많이 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손을 많이 댔고 멘탈도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끝난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뒤 2주 연속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며 “1위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경기력을 더 좋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전히 퍼팅이 아쉽다”며 “퍼트 두세 개만 더 들어가도 그만큼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아이언 달인’인 고진영은 9일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약 10개월 만에 국내 팬과 만난다. 그는 1라운드에 조정민(25)-최혜진(20)과 한 조로 출발한다. 조정민과 최혜진 모두 KLPGA투어에서 정교한 샷으로 이름 높은 선수여서 첫날부터 뜨거운 샷 대결이 예상된다. KLPGA투어 통산 9승을 거둔 고진영이 국내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017년 9월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다.
고진영은 “대회 전부터 예선 통과가 목표라고 얘기했다”며 “정말 예선 통과를 목표로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어웨이 폭이 매우 좁은 홀이 있다”며 “그 홀에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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