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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성공 공식 깨뜨린 무명 大家들의 공통점은 '충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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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호스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지음 / 정미나 옮김
21세기북스 / 396쪽 / 1만8000원



[ 윤정현 기자 ]
제니 맥코믹은 뉴질랜드 북섬의 강변도시인 왕거누이에 사는 비혼모의 딸이다. 15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마구간 청소를 하며 돈을 벌었다. 스물한 살이 되던 해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처럼 비혼모가 됐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면서 혼자 아들을 키웠다. 그렇게 살던 20대 중반 우연히 쌍안경으로 본 은하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과학에 문외한이던 그는 별에 푹 빠져 혼자 천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큰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했고 11년 뒤엔 폐기물들로 집 마당에 돔형의 천문대를 만들었다. 5년 후인 2004년 목성보다 세 배 큰 태양계 외 행성을 관측했고 이듬해엔 1만5000광년 떨어진 태양계 미지의 행성을 발견했다. 대학 학위는커녕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그가 ‘사이언스’를 비롯한 학술지에 20편이 넘는 논문을 공동 게재한 천문학자가 됐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개개인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신경과학자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는 함께 쓴 <다크호스>에서 이런 이들을 ‘다크호스’라 부른다. 표준화 시대의 공식에 따른 전통적 대가들이 아니라 시스템 밖에서 성공한 ‘뜻밖의 승자’들이다. 저자들은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떤 출신 배경을 가졌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찾아 나섰다.

그들의 탐색 대상은 11세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워런 버핏이나 6세에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가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끝까지 버텨라’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해서다. 저자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브 잡스 대신 스필버그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던 인물, 잡스가 처음 고용한 직원을 만난다. 책은 백악관 정치 책략가였던 옷장정리 전문가, 미국에서 잘나가는 개 조련 회사를 세운 해병대원 같은 다크호스를 통해 새로운 성공의 법칙을 풀어낸다.

‘다크호스’의 기반엔 로즈 교수의 베스트셀러 전작 <평균의 종말>에서 강조한 개개인성(individuality)이 있다. 저자는 전작에서 평균보다 뛰어나면 우수하고 그보다 못하면 부족한 것으로 여긴 ‘표준의 잣대’가 교육에 미친 영향을 비판했다. 이번 책에 등장하는 다크호스들은 일률적인 출세의 비결을 따르지 않는다. 공식에서 벗어났고 게임의 규칙은 깨뜨렸다. 개개인성이 중시되는 사회, 분권화된 지식서비스 경제로의 전환은 성공에 대한 인식도 바꿔 놓고 있다. 저자들이 소개한 설문조사는 성공의 기준은 ‘부와 지위’보다 ‘행복과 성취감’, 성공한 사람은 ‘힘 있는 사람’보다 ‘목표지향적인 사람’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목수와 건축가, 외교관과 공연가 등 개개인성을 살려 각자의 분야에서 ‘대가’가 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공통분모를 추적한다. 목표와 열정, 자부심과 진정성을 거쳐 마침내 찾아낸 교집합의 핵심은 ‘충족감(fulfillment)’이다. 저자들은 “충족감은 우리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다른 기준들은 승자와 패자를 낳지만 충족감은 당신이 얻는다고 해서 내 것이 줄어들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면서 자기가 하는 일에 깊이 몰입하는 것이 충족감의 실체다.

중요한 것은 충족감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책은 “충족감을 추구하려는 이 선택이 바로 다크호스들의 궁극적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다크호스들은 어떤 경지에 오른 후 찾아오는 보상으로 충족감을 맛본 게 아니라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책은 동기를 깨닫고 선택을 하고 전략을 세우는 다크호스형 사고방식 단계를 차례로 따라간다. 생생한 다크호스들의 실제 사례가 얼핏 보면 식상하게 여겨질 수 있는 서술에도 힘을 실어준다.

성공은 인맥 또는 재산을 잘 타고 올라간 일부 사람만 누리는 전유물이 아니다. 책은 ‘개인화된 성공’은 누구나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가 아니라 ‘최고의 나’가 되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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