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수영장 발디딜틈 없어
태풍 물러가도 35도 무더위
[ 박진우/노유정/배태웅 기자 ] 서울의 기온이 33도에 달한 5일 낮 12시 서울 염리동의 냉면집인 을밀대 본점. 땡볕에도 50명 넘는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식당 직원은 “20~30분 정도는 밖에서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며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는데 한창 몰릴 때는 대기인원이 지금의 두 배 정도”라고 했다. 이촌동에서 차를 몰고 왔다는 이모씨(65)는 “아내와 함께 집에 있다가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냉면을 먹으러 나왔다”며 “을지면옥 등 다른 냉면집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수영장은 평일인데도 방학을 맞아 물놀이를 즐기러 온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잠원 한강공원 수영장에는 400여 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서울시가 오는 10일까지 운영하는 ‘빗물 놀이터’를 비롯해 50여 개 도심 속 물놀이장은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낮 수은주가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과 수영장, 냉면집은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이 같은 무더위는 제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한반도를 지나가는 7일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절정은 지났지만 30~35도 더위는 지속”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5.9도, 경기 남부 36.2도, 대구 36.2도, 대전 36.0도, 경북 의성 37.3도를 나타냈다. 비공식 기록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값으로는 경기 안성 고삼면에서 40.2도, 서울 양천구에서 38.0도를 기록했다. 이날 전국에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역에 들어가면서 기온이 계속 오르고 습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폭염에 서울시청 앞 광장은 수영하기 위해 몰려든 아이들로 붐볐다. 월요일 낮인데도 40여 명이 수영장을 찾았다. 아들 둘과 함께 왔다는 이광복 씨(47)는 “아내가 수술을 해 휴가를 멀리 갈 수 없어 이곳에 왔다”며 “아이들이 수영장을 좋아해 다행”이라고 했다. 시설 관계자는 “일요일에는 70~80명이 찾았다”며 “열대야가 이어져 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수대가 설치된 광화문광장도 더위를 식히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황지현 씨(41)는 “대구는 요즘 잠시라도 에어컨을 끌 수 없을 정도로 무덥다”며 “관광차 광화문광장에 들렀는데 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은행과 주민센터 등에도 시민들이 폭염을 피해 모였다. 국민은행 종로3가지점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종로3가 인근에 사는 김준배 씨(71)는 “집에 에어컨이 없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 은행을 찾았다”고 했다.
잦은 국지성 호우…‘열대 기후’ 나타난다
이 같은 무더위는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프란시스코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7일 30도까지 떨어졌다가 8일 34도까지 다시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대전과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태풍이 지나가면 북쪽에서 일부 찬 공기가 내려와 작년처럼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오지는 않겠지만, 30~35도를 유지하면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9호 태풍 레끼마는 일본 오사카 남쪽 470㎞ 부근 해상에서 서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레끼마는 현재 중급 강도의 소형 태풍이지만, 29도 이상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7일 오전에는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정 과장은 “대만을 거쳐서 올라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프란시스코가 한국을 지나간 뒤 내려오는 북쪽 한기의 영향으로 레끼마가 한반도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8일 이후 국지성 호우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과장은 “8일부터 내려오는 찬 공기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부딪히면서 중부지방에 국지성 호우가 잦아질 수 있다”며 “태풍 이전보다 더 강도가 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우/노유정/배태웅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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