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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 뚜껑' 국산화한 삼륭…HMR 시장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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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용 필름 400번 테스트
빛·수증기 차단 제품 변질 막아
日 제품보다 단가 20% 낮춰




[ 심성미 기자 ]
“아무리 중소기업이더라도 핵심 기술 없이 껍데기만 만들기는 싫었습니다.”

조홍로 삼륭물산 대표(사진)가 최근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던 핵심 원재료를 국산화한 이유다.

삼륭물산은 1980년 세워진 식품포장 제조 전문 회사다. 지난해 기준 매출 약 850억원으로 우유팩, 즉석밥 용기, 커피컵 용기 시장 등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즉석밥 용기 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2010년 대표로 취임한 2세 경영인 조 대표는 31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식품 포장재의 핵심 원재료인 고차단성 필름은 왜 전량 일본에서 들여와야 할까 하는 고민이 늘 나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핵심 원재료의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삼륭물산 자회사 SR테크노팩은 개발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인 최근 고차단성 필름액 ‘GB-8’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즉석밥 뚜껑 국산화 최초 성공

즉석밥 포장의 핵심은 ‘무균’이다. 핵심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는 비닐 뚜껑의 차단 필름이다. 빛과 수증기의 유입을 차단해 제품이 변질되는 걸 막아준다. 이런 역할을 하는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필름은 지금까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썼다. 국내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2015년 ‘맨땅에 헤딩’ 하는 심정으로 EVOH를 대체할 수 있는 고차단성 재료를 찾아나섰다. 여러 재료를 테스트하고 논문을 뒤져 폴리비닐알코올(PVOH) 소재가 산소 차단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다른 필름과 붙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쓰이지 못한 소재”라며 “이후 2년여간 400번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GB-8’은 기존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던 EVOH 필름보다 단가가 20~25% 싸다. 산소나 수증기 투과도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MR 바람 타고 급성장할 것”

이 제품의 또 다른 특징은 ‘친환경성’에 있다. 조 대표는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컵 커피에 이 제품을 적용하면 재활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컵 커피 용기는 플라스틱이지만 용기 표면은 빛, 산소가 투입되는 걸 막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감싸져 있다. 빨대를 꽂을 수 있는 얇은 뚜껑 역시 알루미늄 재질이다. 조 대표는 “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 소재인 GB-8을 컵 용기 표면과 뚜껑 부분에 적용하면 컵 커피 용기는 한꺼번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9월께 GB-8을 적용한 컵 커피 제품이 시중에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차단성 필름을 사용한 식품 용기 시장 역시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조 대표는 “식품 포장재뿐 아니라 산소 차단이 필수인 각종 디스플레이나 전자제품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신소재(GB-8)로만 연 100억원 매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소뿐 아니라 열이나 빛을 차단해주는 고차단 필름 역시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다”며 “각종 고차단 필름을 국산화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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