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모든 것' 펴낸
김낙회 前 관세청장
조세 요직 섭렵 '30년 조세 공무원'
현장경험 기반 조세정책에 '쓴소리'
[ 오상헌 기자 ] “법인세는 ‘형평(분배)’보다 ‘효율’에 적합한 세목이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경쟁국보다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율을 이들보다 1~2%포인트 낮게 유지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조세행정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30년 조세 공무원’ 김낙회 전 관세청장(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사진)이 현행 조세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발간한 저서 《세금의 모든 것》(21세기북스 펴냄)을 통해서다. 김 전 청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줄곧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일했다. 기재부 조세정책관,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과 기재부 세제실장 등 세제분야 요직을 역임한 뒤 2016년 5월 관세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그는 저서에서 “지난해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주요국이 우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조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만 법인세 정책의 핵심가치를 ‘소득분배’에 두면 경제의 비효율성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에는 관대하고 대기업에는 엄격한’ 한국의 기업 조세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단일세율로 운영하는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기업 규모가 클수록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세 구조다. 그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세액공제해줄 때 대기업(공제율 0~2%)과 중소기업(25%)을 차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R&D 성과를 확산시키는 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통할 때 훨씬 효과적인데 R&D 지원에 차등을 두는 건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해 최대 65%(내년부터 6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에 대해 “50%가 넘는 세금 부담을 지우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조세회피를 유발하는 만큼 소득세율(최고 42%)과 같거나 낮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소득세에 대해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소득세를 내는 근로자 비중은 60~70%에 달하지만 한국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소득세 세수를 늘리기 위해 최고세율을 올리기보다 공제와 감면을 축소해 과세 베이스를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부터 근로장려세제(EITC) 적용대상과 지원금액을 대폭 확대한 데 대해선 “EITC의 가장 큰 목적은 ‘근로의욕 제고’인데 새 제도는 소득보장과 재분배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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