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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안에 사람·돈 脫홍콩…아시아 금융허브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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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대만으로 '탈출' 급증

자치권 사라져 중국化 땐
WTO 특별대우 박탈 가능성



[ 강동균 기자 ]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가 타격받고 있다. 민주적인 사법 시스템 안에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자리잡은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자금과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 홍콩의 자치권이 사라지면 세계무역기구(WTO) 내 홍콩의 개별회원국 지위가 박탈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홍콩에서 정치적 불안이 커지자 다수의 기업과 사람이 홍콩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홍콩 내 부동산 중개업체와 교육 컨설팅업체 등에 싱가포르 이민과 부동산 투자, 유학 등을 문의하는 전화 및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업체 오렌지티&타이의 임원 클래런스 푸는 “지난 두 달간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를 알아보는 홍콩인의 문의가 이전보다 30~40% 늘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국제학교 ISS는 최근 두 달 새 자녀 입학과 관련해 문의하는 홍콩인 수가 올해 초보다 50~60% 증가했으며 입학하는 홍콩인 학생 수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홍콩 기업과 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내 자금을 빼내 싱가포르로 옮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홍콩 자산가는 “홍콩 씨티은행 계좌에 있던 1억달러 이상을 싱가포르 계좌로 옮겼다”며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대만으로 빠져나간 자금도 크게 증가했다. 대만 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홍콩의 대만 투자액은 3억40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작년 동기(1억1000만달러)에 비해 203%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대만에 대한 홍콩 투자 규모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4년의 5억90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시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커지면서 WTO에서 홍콩이 누렸던 특별지위가 박탈될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홍콩 사태는 미·중 간 패권 다툼과 불가분하게 연관돼 있다며 “중국 정부가 홍콩의 시민권과 자주권을 계속 침해하며 ‘선’을 넘는다면 미국은 WTO 개별 회원국으로서 홍콩의 지위 인정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홍콩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민감한 기술교역이 제한되고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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