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형 헤지펀드 (2) 부진한 수익률
절대수익 추구한다더니…
수익률 코스피지수에도 못 미쳐
[ 최만수 기자 ] 한국형 헤지펀드의 시장 규모가 30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내실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운용 목표가 무색하게 상당수 운용사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고 업계 전체 수익률도 시장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헤지펀드 30%가 마이너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198개 헤지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2.4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2.02%)보다 고작 0.40%포인트 높았다. 대부분 헤지펀드의 수수료가 2%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나 시중은행 적금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전체의 31.8%인 699개 상품은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펀드 상품 세 개 중 한 개는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수림자산운용(올해 평균수익률 -10.26%), 파인아시아자산운용(-7.02%),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6.50%), 멜론자산운용(-4.82%), 페트라자산운용(-3.36%) 등의 성적이 특히 부진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작년과 올해 주식시장 상황이 어렵기도 했지만 운용사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운용사들이 난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5년 말 10여 개에 불과했던 헤지펀드 운용사는 2015년 10월 운용사 설립 규제가 완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소 자본금 기준이 기존 1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하향된 영향이다. 올해는 이 기준이 10억원으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전문사모운용사는 190개로, 올해 상반기에만 21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단기채권형 펀드에만 돈 몰려
헤지펀드의 순자산 규모도 2015년 3조4035억원에서 34조2282억원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만큼 내실은 따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 190개 중 절반 이상인 100여 개사가 올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절반 이상의 운용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시중 자금도 몇몇 인기 운용사에만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전문사모운용사 169개 중 47.3%인 80개사가 적자를 냈다.
이 중 상당수는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기자본 수익률이 악화된 데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로 비용은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자기자본 요건인 7억원을 밑돌아 퇴출 위기에 놓인 운용사도 늘고 있다.
고객 돈도 단기채권형 펀드의 일종인 ‘레포펀드’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올해 순자산 규모가 2조6457억원 늘어난 신한금융투자의 헤지펀드가 대부분 레포펀드다. 주식 롱쇼트 전략이 중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올해 3184억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헤지펀드업계 전반의 신뢰 문제까지 제기되자 발을 빼는 고액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규모로 난립한 헤지펀드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되면 추가 고객 손실로 이어질 소지가 큰 만큼 감독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돈을 맡기는 고객들도 헤지펀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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