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 3명 교체…민정 김조원·일자리 황덕순·시민사회 김거성
문재인 정부 철학 흔들림없이 추진 의지
김조원 수석은 문 대통령과 막역한 '眞文'
'공직기강' 확립에 역량 집중할 듯
[ 박재원 기자 ]
“이제부터는 인사를 통해 멋을 부릴 시간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조국 민정수석 후임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임명하고 집권 중반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본격 나섰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진문(眞文)’ 인사를 통해 임기 중반의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 포석이다. 집권 3년차,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멋을 부리는 파격 인사’보다 실무형 인사로 국정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文, ‘김조원 카드’로 공직기강 다잡기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의 상징으로 꼽힌 조 수석을 다음 개각을 위해 내리고 전·현직 청와대 실무 경험자들을 발탁한 것은 임기 중반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적폐청산, 사법개혁, 국가정보원 개편 등의 핵심 과제를 주도하며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섰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참모진 개편 관련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으로 위상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 신임 민정수석은 내년 총선과 무관한 ‘전형적인 실무안정형’ 참모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핵심이라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춘 것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당무감사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5년 11월 문 대통령은 김 수석을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하며 “책임의 당직문화를 정착시킬 적임자”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경남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선을 도왔다. 김 수석은 사석에서 문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이 공통 취미인 두 사람은 함께 산에 오르며 막걸리 잔을 기울일 만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수석은 사법개혁 등을 주도해온 조 전 수석과 달리 ‘공직기강’ 확립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로서 법규에 따라 맡겨진 소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등의 임무를 부여했고,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김 수석은 감사원 출신답게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기강 다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초대 민정수석이 이끌어온 큰 과제들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개성이 강한 조 전 수석과 윤 총장 사이에서 김 수석이 조화로운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내달 개각·비서관 인사도 ‘실무안정형’
신임 일자리수석에 황덕순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승진 발탁한 것 역시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로 풀이된다. 황 신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기 고용노동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작년 말 인사에서 일자리수석실 선임 비서관인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이동하며 능력을 한 차례 인정받았다. 노 실장은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정부 국정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과 근로 조건 개선 등 일자리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민운동 경험을 갖춘 김거성 신임 시민사회수석 역시 사회 갈등을 조정할 적임자라는 점이 인사에 반영됐다. 노 실장은 “시민사회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시민사회와의 소통·협력을 강화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과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노 실장과는 같은 대학 동문으로 유신 당시 학생운동을 한 사이다. 두 사람은 연세대 재학 시절 유신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구국선언서를 작성해 학내에 배포한 혐의가 확정돼 투옥됐지만 2014년 재심을 통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끈끈한 인연이 있다.
이번 청와대 수석 인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내달 초 예정된 대규모 개각과 8월 말 청와대 비서관 추가 인사에서도 이미 검증된 실무형 인사들을 중심으로 발탁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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