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 美 스탠퍼드대 연구진
확장성 심근병 유전질환자 대상
逆분화줄기세포 이용해
심장병 치료 약물 타깃 찾아
[ 이해성 기자 ]
암과 함께 사망 원인 1위를 다투는 심장병. 증상이 다양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또 한 번 발병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국내외 연구진이 환자 본인으로부터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성 심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역분화줄기세포로 ‘심장병 표적’ 찾아
확장성 심근병증(DCM)은 심장근육 이상으로 심실 확장과 수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증상을 의미한다. 고혈압, 부정맥·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 지속적 과음,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지만, 계속되면 심부전으로 이어져 심각한 후유증이 생긴다. 절반가량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막을 지지하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 ‘LMNA’ 변이에 따른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LMNA 변이가 심장근육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철 성균관대 약학과 교수 연구팀과 미국 스탠퍼드대 공동연구진은 LMNA 변이에 따른 핵막 변화가 심근세포 변화를 일으키고, 이어 정상세포에 없는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 신호전달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역분화줄기세포’를 썼다. 확장성 심근병 유전질환을 앓는 환자 피부로부터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든 뒤, 이를 심근세포로 분화시켰다. 그 결과 망가진 핵막과 함께 PDGF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것을 처음 발견했다. 반대로 정상인 역분화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 또는 유전자가위로 LMNA 변이를 차단한 심근세포에선 이런 현상이 없었다.
암세포 돌변 막는 게 관건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는 체세포에 ‘세포 성장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유전자(Sox2, C-Myc, Klf4, Oct4)를 주입해 세포를 분화 전 단계로 만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와 같이 적절한 배양조건에서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전분화능’을 가진다. 난자가 필요 없고 환자 본인의 피부세포 등을 떼어내 만들면 된다. 반면 암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어 완성된 세포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역분화줄기세포를 실제 심장병 환자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제한적으로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스탠퍼드대 공동 연구진 역시 역분화줄기세포를 정상적인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8일자 세계 최고 과학 권위지 ‘네이처’ 온라인에 실렸다.
연구진은 또 PDGF와 심장병의 관계를 밝혀낸 만큼 기존 치료제의 효능을 확장하는 ‘신약 재창출’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판 중인 PDGF 저해제는 희귀종양 치료제인 크레놀라닙, 서니티닙 등이 있다. 신약 재창출의 대표 사례는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바뀐 비아그라다.
두 가지 줄기세포로 죽은 심장 살려내
서로 다른 줄기세포를 혼합해 망가진 심장을 되살리는 치료방법도 나왔다.
박훈준 가톨릭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바이오 업체 티앤알바이오팹, 건국대 의대, 홍콩시립대 등과 함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심장근육과 혈관이 동시에 심하게 손상된다. 이렇게 된 심장은 스스로 재생이 불가능하다. 다른 심장을 이식하거나 인공심장을 넣어야 한다.
줄기세포를 사용해 손상된 심장을 재생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줄기세포가 심장에 잘 붙지 못하고 사멸하는 문제가 빈번했다. 면역체계가 이를 이물질로 보고 공격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역분화줄기세포로 심장근육을 만들고, 이 줄기세포가 심장에 잘 녹아들게 하는 또 다른 줄기세포(중간엽줄기세포)를 패치 형태로 만들어 붙이는 2단계 전략을 썼다. 중간엽줄기세포가 ‘새로 들어온 심근은 이물질이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내게 한 것이다. 중간엽줄기세포는 골격근, 연골, 뼈, 심장근육 등으로 만들어지는 배아줄기세포의 중간분화과정이다. 혈관 형성 및 세포 성장 인자가 유달리 많다.
연구진은 돼지 심장에서 얻은 세포외기질과 인간 중간엽줄기세포를 합쳐 3차원(3D)프린팅 기법으로 생체 패치를 제작했다. 이후 심근경색을 유발한 쥐의 심장조직 외벽에 심장패치를 붙이고, 역분화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는 심장내벽에 이식했다.
8주 후 연구진은 이식한 심근세포가 잘 붙고 성장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면역염색분석기법과 초음파 등을 통해 확인했다. 또 심장패치 근처에서 다양한 혈관 및 세포성장인자(VEGF, FGF2, TGFβ1 등)가 안정적으로 방출되는 것도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