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를 했다는 고발을 접수한 검찰이 한 대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앤컴퍼니는 한 대표에 대한 고발 건 때문에 롯데카드 매각 거래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최종 탈락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고발에 검찰과 롯데그룹 등이 휘둘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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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새노조는 2016년 KT와 KT의 계열사인 나스미디어가 소셜미디어 마케팅 회사인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를 과도하게 비싼 값에 사들였다며 황창규 KT 회장과 한 대표 등 다섯 명을 배임 및 탈세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거래가격은 600억원이었는데, 엔서치컴퍼니의 ‘공정가치’는 176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측 계산이었다.
KT 새노조는 이 과정에서 한 대표가 KT에 엔서치마케팅을 비싸게 팔아서 차익 424억원을 남긴 것이 ‘증여’에 해당한다며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값에 엔서치마케팅을 사들인 황 회장 등이 배임 혐의가 있다고 비난했다.
3월 고발 당시에도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노조 측의 계산법이 전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계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조가 주장하는 엔서치마케팅의 공정가치라는 것은 상속 및 증여세법 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적용된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거래가격이 결정된 회사에 대해 상증법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의 어설픈 고발은 예상 밖의 나비효과를 낳았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뀐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3일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10일만에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새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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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되자 M&A 업계에선 “(가격에서 밀려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더라도 다른 입찰자 대표를 어떻게든 형사고소하면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이 확실한 건임에도 황 회장에 관한 정치적 고려로 사건을 조사하며 시간을 끈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앤컴퍼니 측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 일체가 명백한 사실무근으로 입증되었으며, 이는 처음부터 예견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제3자간 M&A 거래에서 증여세법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고발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업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카드 딜은 이미 MBK파트너스 등과 진행되고 있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기업결합 승인 심사도 이미 진행 중이다. 롯데 측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은/이동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