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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정부 "일본 수출규제는 정치적 보복"…WTO서 일대일 대화 공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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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일대일 대화 제안했다.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WTO 규범 위반이라는 점을 회원국들에 강조하면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대화 요청에 나선 것이다.

정부 수석 대표로 이사회에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사진)은 이날 일본 수출 규제를 다루는 안건 논의가 끝난 뒤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 대표에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고위급 대화를 제안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일본이 (스스로)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자신의 행동에) 눈을 감고 있고, 피해자들의 절규에도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조치 발표 후 20일 동안 일관되게 직접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의 조치는 명백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보복이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회의에서 과거 정치적인 무역 보복 때문에 다자 교역 체계가 만들어진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반도체를 주도하는 국가이나 일본의 조치로 제3국과 아무 잘못도 없는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아울러 자유무역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이자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자유·공정무역을 강조했던 일본이 불과 한 달 만에 한국만을 특정해 이와 정반대의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한국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규제조치가 명백한 WTO 규범 위반이며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회원국에 강조하면서도 법리나 근거를 대기보다는 일본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데 더 무게를 뒀다. 향후 제소까지 갔을 때 상대방에게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위반 조항은 거론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대화 상대인)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국장은 마이크를 잡을 용기도 없었다. 회의에서 대화 제안에 답을 하지 않고 있고, 대사가 오후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면서 진실된 직접 대화를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달 1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문제 삼은 정치적 보복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소재 등 3개 원자재 품목의 대(對)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경제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일본은 이날 이사회에서 수출 규제가 국가 안보를 위해 이뤄진 조치로 WTO에서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는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WTO에서 의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다른 나라처럼 정기적으로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이 교역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는 신뢰 아래 2004년 교역 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최근 3년간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요구에도 한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 안건 논의는 이날 낮 12시4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이뤄졌으며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50분간 진행됐다. 한국이 일본의 WTO 규범 위반을 지적하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이하라 대사가 이를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실장은 한국의 대화 제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회원국이 있느냐고 다른 대표들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면서, 회의 중 다른 나라의 발언이 없었던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회의에 앞서 한일 양국간 입장대립이 첨예한 사안인 점을 감안, 제3국에서는 별도 입장 표명을 자제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이사회 의장인 태국 WTO 대사는 양국 간에 우호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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