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W아카데미 출신 채용
프로그래밍 대회 수상자도 우대
[ 공태윤 기자 ]
제일기획은 올해부터 대학생 광고 공모제인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과 금상 수상자에게 신입 공채·인턴 선발 때 우대해주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대상 수상자에게만 인턴십 기회를 주던 것을 확대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지난 2월 공모전 공고 때부터 이런 내용을 공지했더니 지난해보다 900편 더 늘어난 3401편이나 접수됐다”고 말했다.
SW경진대회 수상자 귀한 몸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이 ‘실무형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실무형 인턴십 등으로 검증된 인재를 뽑는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경력이 없기 때문에 신입 공채 때 지원분야 수상경력 등을 가진 검증된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하반기 대졸공채 지원자라면 인턴 및 수상 경력은 챙겨야 할 필수 요소라는 평가다.
기업들의 ‘실무형 인재 채용’은 4차 산업 관련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삼성전자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통해 소프트웨어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이 대회 수상자들에게는 상금뿐 아니라 삼성전자 채용 시 우대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참가자가 5000명 이상 몰려 지난해까지 1만6000여 명이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부터 ‘삼성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를 통해 육성된 인재를 끌어오고 있다. SSAFY 1기 500명 가운데 23명을 채용했다.
현대자동차는 1995년부터 2년마다 ‘자율주행차 경진대회’를 개최해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매년 4월 사전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된 팀에 제작 지원금뿐 아니라 현대차 기술 연구진의 멘토링도 받게 해준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자율주행차 대회 입상자들은 현대차 등 자동차 기업에 섭외 1순위로 통한다.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반도체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있다. 분야별 최우수 수상자가 SK하이닉스 입사를 원하면 입사 필기시험(SKCT) 통과 땐 합격을 보장해준다. SK텔레콤은 알고리즘 경진대회 ‘T&B 코드 챌린지’ 입상자를 채용 시 우대한다. LG CNS는 코딩 경진대회 ‘코드 몬스터’ 상위권 수상자에게 채용 우대 및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T도 올해부터 ‘4차산업 아카데미’를 통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컨설팅 등의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KT는 우수 교육생 중 일부를 9월 채용할 계획이다.
광고·증권·유통·콘텐츠 인재 채용 활발
인문계 출신이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특히 국내 대형 광고사들은 30~40년간 광고제를 통해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1978년부터 광고 공모전을 시작해 40년간 2300여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제일기획은 이 가운데 60여 명이 입사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LG 계열 광고회사인 HS애드도 32년째 광고제를 이어오고 있다. HS애드는 각 부문 대상 팀에 인턴십 참가 자격을 주고 있다. 롯데의 광고회사인 대홍기획도 대상 수상팀에 8주간 인턴십 기회를 준다.
금융권에서도 ‘예비 금융인’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삼성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 양성을 위해 ‘삼성 영 크리에이터’를 9년째 이어오고 있다. 매년 20명 안팎을 선발해 1년간 금융기초 교육과 팀 프로젝트 등의 실무역량 기회를 주고 있다. 삼성증권 공채 PB 입사자의 상당수가 삼성 영 크리에이터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03년부터 ‘통화정책 경시대회’ 입상자가 공채에 지원할 경우 서류전형에서 우대해준다. 입상자는 5년간 서류전형 우대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대학생 홍보대사인 ‘KB캠퍼스 스타’ 우수 활동자가 공채에 지원할 때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고 있다.
콘텐츠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도 있다. LG그룹의 ‘LG글로벌 챌린저’는 대학생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794개 팀, 3033명이 거쳐갔다. 평균 경쟁률은 21 대 1에 달한다. 탐방 보고서 우수팀에는 LG 계열사 입사 특전 또는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한화는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을 지원하는 ‘한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주 동안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의 교육과 멘토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의 특강, 국내외 여행, 콘텐츠 제작 실습·발표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랜드의 전략기획(ESI) 인턴십 수료자들도 다른 유통기업들이 탐내는 인재로 알려지고 있다. 박철균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은 “기업들이 실무형 직무중심의 채용이 확산되면서 기업이 주최한 공모전 수상자나 인턴십 경험자들은 취업난에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