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9개 예술단 통합공연
'극장 앞 독립군' 9월 20~21일 무대에
[ 김희경 기자 ]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1868~1943)의 삶이 대규모 음악극으로 되살아난다. 세종문화회관이 산하 9개 서울시예술단과 함께 만드는 창작 공연 ‘극장 앞 독립군’을 통해서다.
내년 봉오동 전투 승전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되는 ‘극장 앞 독립군’은 오는 9월 20~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음악극을 총연출하는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지난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홍범도 장군은 1940년 카자흐스탄으로 가서 1943년까지 고려극장이란 곳의 수위로 생활하며 굉장히 쓸쓸하고 외로운 노년을 보냈다”며 “전투에서 승리한 영광스러운 모습보다 그런 인간적인 면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최근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면서 일부에서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작품으로 오해할 것 같은데 그렇진 않다”고 덧붙였다.
극은 홍범도가 고려극장 문지기로 일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극장 작가에게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고려극장의 폐관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극 중 극 형식으로 홍범도의 상반된 면모를 동시에 비춘다. 대본을 쓴 고연옥 작가는 “극 중 연극 속의 영웅과 연극 밖 실패한 독립군을 대비시켜 보여줄 것”이라며 “그 시대에 가장 외로운 길을 택한 홍범도에게 극장이 평화와 위로를 줬는데, 이 시대 극장의 의미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홍범도 역할을 맡은 배우 강신구는 “실존했던 역사적 영웅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영웅으로 존재할 분이기 때문에 그의 생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쇼케이스에선 음악극에 삽입된 주요 곡들과 함께 장면 일부가 공개됐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등 산하 단체 단원 300여 명이 무대에 함께 오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연극적 대사와 설정, 클래식에 재즈가 곁들여진 듯한 선율, 절도 있는 무용이 결합돼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린 소년이 홍범도의 피어나지 못한 꿈을 상징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김 단장이 강조한 쓸쓸함이 가득 배어 나왔다.
이 곡을 포함해 총 24곡이 1990년대 대중가요, 모던록,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형태로 만들어져 음악극에 흐른다. 나실인 음악감독은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사용했다”며 “음악이 전쟁터와 극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예술단 통합 공연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9개 단체가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세종문화회관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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