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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ㅣ감독이 추구하는 드넓은 세계관에 갈 길 잃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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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분의 런닝타임, 늘어지는 전개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 그 모든 것이 아직 공개 못한 세계관 때문이란다. 영화를 위해 몸을 만들고, 라틴어를 배운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인공호흡을 했지만 죽어있는 스토리를 소생시키진 못했다.

영화 '사자'는 구마, 말그대로 마귀 퇴치를 메인에 내세운 작품이다. 박서준과 안성기, 우도환까지 신구 출연진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사자'는 오컬트의 탈을 쓴 액션 히어로 장르였다. 선과 악에 대한 고민, 근원적인 공포에 대한 고민 없이 화려한 볼거리로 광활한 세계관만 구축하려다 본질을 놓쳤다.

영화 초반은 용후(박서준)의 어린시절에 집중한다. 어머니는 없지만 혼자서 뚝딱 계란말이도 할 정도로 씩씩한 용후와 자상한 아버지 아버지(이승준)는 주말이면 함께 성당에 가고, 미사가 끝나면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음주 단속 중 마귀가 씐 젊은 폭주족이 몰던 차에 끌려 다니다 갑작스럽게 숨을 거둔다. 아버지를 살려달라 필사적으로 기도했던 용후는 이 사건 이후 신을 불신하게 됐다.

아버지 없이도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로 성장해 승승장구했던 용후는 해외 원정 경기 중 "아버지의 원수를 죽여버려"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버지 꿈을 꾼 후 손에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릴 때 생긴 것과 같은 상처가 생기게 된다.

병원에선 쉽게 나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손의 상처는 더욱 심해졌다. 잠이 들 때마다 목을 조르는 누군가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잘 수 없는 시간이 반복되자, 결국 용후는 역술가를 찾아가고, 그가 안내해준 곳으로 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난다.

이후 용후는 손바닥의 상처가 퇴마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신을 믿지 않는 용후와 안신부의 특별한 공조가 시작된다. 이들이 힘을 합쳐 대악 지신(우도환)과 대결한다는 게 주요 줄거리다.

이야기엔 구멍이 많다. 극 초반부 어린 시절에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했음에도 용후의 아버지와 마귀에 몸이 점령당한 젊은이들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무법 질주는 어느 곳에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말은 많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 없이 설득력없는 믿음만 강요한다.

이후에도 의문의 상황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한 평생을 선한 마음으로 살아갔던 아버지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후 사랑하는 아들을 지켜준다는 것만으로는 불까지 뿜으며 모든 마귀를 처단하는 용후의 '절대 손바닥'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더 심각한 건 지신이다.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할 만큼 존재감이 있어야 할 캐릭터지만 기본적인 서사 없이 겉모습만 그럴듯할 뿐이다.

영화가 시작된 후 50분 만에 등장한 지신은 젊고 섹시한 클럽 운영자다. 그가 이끄는 클럽 지하에 악마에게 제사를 지내는 재단을 만들고 비밀스러운 의식을 자행하며 영생을 갈구한다. 하지만 지신이 왜 그토록 영생에 집착하는지 기본적인 의문조차 풀어주지 못한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박서준의 탄탄한 복근과 화려한 액션, 안성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구마 의식, 7시간 넘게 준비했다는 우도환의 특수분장까지 배우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 다소 오글거리고 어울리지 않는 설정도 모두 소화해냈다. 그 노력에도 '사자'의 만듦새는 얼기설기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오는 31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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