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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업 울린 국세청 납세자보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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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사, 보호요청 물어봤을 뿐인데
세무서 "불쾌"…이후 조사 강화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 조재길 기자 ] 서울 금천구의 인쇄·제조업체 J사가 관할 세무서에서 현장 조사를 받은 건 지난 4월 초. ‘성실 납세기업’으로 분류돼 간편 세무조사로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은 뒤였다. 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었다.

문제는 세무조사가 마무리되던 같은 달 17일 발생했다. 3명의 국세청 조사관은 약 50명의 J사 직원 자리를 일일이 확인하며 신입 직원 A씨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계 담당자가 “내 업무니 내가 돕겠다”고 했으나 조사관들은 “A씨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A씨는 “세무조사를 받던 중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퇴사했다.

J사 대표는 세무조사 사전통지서에 명기된 ‘납세자 보호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사 과정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향후 절차를 문의하기 위해서다. 사태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현장에 나와 있던 조사팀장은 즉각 “조사관 교체와 관련해 말이 나왔다는데 뭐하자는 것이냐. 매우 불쾌하다”며 철수를 결정했다. J사 대표는 “납세자 보호담당관에게 단순히 여러 절차를 물어봤을 뿐인데 어떻게 현장 조사관들이 바로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며 “이럴 거면 납세자 보호제도가 왜 존재하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J사는 하루 뒤인 18일 관할 세무서에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서를 정식으로 냈다. 세무조사 대상연도가 ‘2017년’으로 명기됐는데도 과거 이뤄졌던 ‘2012년’ 조사를 병행한 건 중복 금지 위반이란 점, 현장 조사 과정에서 특정 직원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이유로 적었다.

J사 대표는 또 한 번 놀랐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강도 높은 일반 세무조사로 전환됐다는 통지를 받아서다. 요청서를 낸 다음날인 19일자 소인이 찍혀 있었다. 이 회사의 세무대리 법인은 “국세청과의 갈등이 부담”이라며 사임계를 냈다. 회사 대표는 “세무조사 확대가 보복성이라고 판단해 별도의 납세자 보호 심의위원회에 진정을 냈지만 불허 판정을 받았다”며 “20년에 걸쳐 연매출 10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일궜는데 지금은 사업을 접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납세자 보호 정보’에 구멍이 뚫린 국세청은 외부엔 보안을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이 “J사가 납세자 보호제도를 문의한 뒤 관할 세무서 조사팀이 이런 내용을 알게 된 과정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국세청은 “개별 기업 정보여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국세청은 작년 4월 기존의 전국 세무서 외에 본청에도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국가 재정을 떠받치는 납세자를 적극 보호하자는 조치다. 하지만 J사 사례를 보면 납세자 보호가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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