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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스마트폰·TV도 日이 소재 끊으면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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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TV 산업의 발목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제품에서 쓰는 필수 소재와 부품 상당수가 일본산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다음달 31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해 전략 물자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이들 소재와 부품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일본 출장 복귀 하루 만에 경영진을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반도체를 포함해 스마트폰, TV 등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우도록 경영진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에 일본 무라타의 와이파이·블루투스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무라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부터 배터리까지 생산하는 일본 최대 전자부품 기업이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부품의 금속 안에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을 넣어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회로에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삼성전자는 전작 갤럭시S9에 국산 부품을 썼지만 무라타 제품이 더 낫다고 판단, 갤럭시S10에 일본산 부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대부분 일본산 소재를 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는 각각 삼성SDI와 LG화학이다. 배터리 겉면에도 이들 기업의 마크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배터리를 만들 때 필요한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는 일본에서 수입한다. 양극재는 대부분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으로부터, 음극재는 미쓰비시화학 제품을 쓴다. 일본은 글로벌 2차 전지용 음극재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핵심 소재로 꼽히는 배터리 분리막은 거의 전량 일본 아사히가세이와 도레이에서 수입한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폭발로 이어진다. 삼성SDI와 LG화학이 다른 나라보다 품질이 더 높은 일본 업체들을 고집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소재와 부품은 드러나진 않지만 완제품 곳곳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이나 LG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들도 많아 수출규제 조치 영향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게 문제"라고 했다.

TV도 문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TV의 핵심 소재인 'TAC 필름'은 일본 후지필름에서 수입한다. 일본은 전세계 TAC 필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TAC은 LCD 부품인 편광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선 효성 등이 만들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70% 이상으로 파악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OLED는 기존 LCD TV와 달리 얇고 접을 수 있는 점이 특징. OLED 기술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고로 꼽히지만 OLED 핵심 소재는 역시 90% 이상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소형 OLED 증착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섀도마스크는 아예 일본에 100% 의존하는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품질"이라며 "그동안 더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일본산 제품을 쓴 이유는 완성도에 있다"고 했다.

다음달 31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규제 기준이 워낙 추상적이라 제한 범위에 어디까지 포함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일본 정부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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