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근육은 머리카락만큼 가늘고 긴 근섬유로 구성돼 있다. 근섬유가 모여 근조직을 이루고, 이 조직이 합쳐져 근육을 이룬다. 인체의 근육은 약 650개, 무게는 체중의 45% 정도다. 대부분은 뼈와 맞닿은 골격근이다. 근육이 제 기능을 잃으면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사람의 근육을 대신할 인공근육 개발이 1950년대 초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유롭게 수축·이완되면서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성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람 근육과 비슷하게 수축현상을 일으키는 인공섬유가 개발된 뒤로 사정이 좀 나아졌다.
어제 발행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공근육 관련 논문이 세 편이나 실렸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김선정 한양대 교수팀이 미국·호주팀과 함께 개발한 인공근육이다. 기존의 탄소나노튜브에 아크릴섬유, 실크, 대나무섬유 등을 꼬아 만든 재료로 인체 근육의 40배나 되는 힘을 얻는 데 성공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워싱턴대 연구팀은 두 종류의 고분자를 결합해 인공근육을 제조했다. 오이 덩굴 싹이 지지대를 휘감아 당기는 원리처럼 열에 의해 팽창 속도가 다른 재료를 활용했다. 프랑스와 독일 학자들이 참여한 유럽 연구진은 고분자 물질에 산화 그래핀 입자를 넣어 만든 인공근육을 소개했다.
이 같은 기술은 로봇의 팔다리나 웨어러블 기기, 소형 의학장비,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는 스마트섬유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한국기계연구원 박철훈 박사팀이 형상기억소재를 용수철처럼 꼬아 효율성을 크게 높인 인공근육을 선보였다.
인공근육에 인공신경을 접목한 사례도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팀은 생물의 감각·운동 신경을 흉내낸 인공신경을 개발했다. 이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면 신체 마비 환자를 위한 ‘신경 보철’을 개발할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이나 루게릭병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인공근육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추세라면 인공근육을 넘어 마음근육과 생각근육을 키워주는 방법도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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