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톱다운 외교'로 회동 성사
극단적 실리주의 추구도 닮아
美·北 실무협상 재개 발판 마련
[ 이미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사상 최초의 ‘판문점 미·북 회동’을 성사시키며 한반도 정세의 시계를 ‘하노이 회담’ 결렬 이전으로 돌리고 있다. 두 사람은 특유의 ‘톱 다운’ 외교로 미·북 협상의 불씨를 되살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극단적이라 할 만큼 실리주의를 추구한다는 게 가장 큰 공통점으로 꼽힌다. 전례에 기대지 않고 얻고자 하는 이익이 있으면 불도저처럼 돌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자 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서한을 발표해 북한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정은은 그 후 김계관의 새로운 담화로 사실상 자신의 뜻을 담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를 지속하자는 사과 메시지를 보냈고, 회담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 2월 말 열렸던 2차 미·북 정상회담은 “국가 간 회담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파행적이었다. 정상회담이 예고 없이 중간에 결렬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을 중간에 박차고 나와 미국으로 돌아갔다. “합의문에 서명하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란 이유에서였다. 김정은은 ‘빈손’으로 평양에 돌아갔다. ‘영변 카드’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 약속을 받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기에 ‘패배’는 더욱 쓰라렸다.
행보는 종잡을 수 없지만 물밑에선 ‘밀고 당기기’ 식의 전술을 자주 펼친다는 점 역시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김정은과 ‘친서 외교’를 펼쳤다. 김정은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인내하겠다”며 미국과의 협상 문을 열어뒀다. 협상 재개에 대비해 대내외적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지난 23일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읽는 모습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었다. 또 북한 외무성이 대미 비난용으로 지난 26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와 27일 내놓은 미국담당 국장 담화는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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