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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韓·사우디 새로운 협력의 금자탑 쌓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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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건설로 신뢰 다진 사우디
아람코가 투자한 에쓰오일 新공장 준공
4차 산업혁명 시대 함께 열어갈 수 있길

이희수 < 한양대 특훈교수·중동학 >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26일 방한했다. 그가 실질적으로 사우디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1962년 양국 수교 이후 최초의 정상급 방문인 셈이다. 그는 왕세자가 되자마자 사우디의 미래 개혁 청사진인 ‘2030 비전’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홍해 연안에 서울의 44배 규모로 건설 중인 네옴 신도시에만 총 600조원을 투입하고 원전 부문에 약 10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12.4%를 목표로 인공지능(AI) 부문에도 약 270조원의 예산을 집행 중이다. 우리 기업들의 본격적인 진출이 절실한 시기에 그의 방한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 사우디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청년실업 해소와 제조업 육성, AI 시대를 준비하는 탈(脫)석유 실현과 산업 다변화, 대(對)테러 전쟁과 역내 안정 같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미·중 갈등의 혼돈 속에서 예멘, 시리아, 리비아 내전을 안정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카타르 및 터키와의 불편한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더욱이 이란의 부상에 따른 중동 역내 리스크에도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중동 우호 외교와 경제발전 경험은 사우디를 위한 소중한 전략적 자산이고 발전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야말로 든든한 파트너라는 사우디 왕실의 깊은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1970~1980년대엔 연인원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 근로자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건설·플랜트 시장에 진출해 피땀으로 역내 발전에 기여했다. 우리가 건설한 고속도로에는 한국산 차가 질주하고 우리 땀이 밴 발전소, 정유소, 교량, 관공서 덕분에 사우디인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우리가 지은 아파트 가정집마다 한국산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전이 놓여 있으며 사우디인들은 한국산 휴대폰을 통해 K드라마와 K팝을 즐기고 있다. 5조원 규모인 사우디 화장품 시장에서는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의 ‘한류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금 두 나라는 오랜 신뢰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에쓰오일이다.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가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아람코가 투자한 에쓰오일의 신규 복합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분야 사상 최대 규모인 약 5조원을 투자해 완공한 이 신공장에 매일 투입되는 근로자만 1만7000명이라니 어려운 국내 경제 여건에서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한국이 사우디에 진출한 지 반세기 만에 사우디 자본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완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양국 협력의 금자탑이라 할 만하다. 아람코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 중 가장 성공한 나라로 한국의 에쓰오일을 꼽고 있을 만큼 이번 투자는 단순한 경제협력 이상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사우디 왕가 전통에 따르면 국왕은 종신제다. 이제 서른세 살인 왕세자는 앞으로 50년 이상 사우디를 통치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우리도 과거의 건설, 플랜트, 에너지 중심의 협력구도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준비하는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첨단기술과 경제발전 노하우, 교육을 통한 인재혁신 경험 등을 공유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문지식을 공유하는 공공외교 및 소프트 파워 정책에도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1200년 전 신라에서 시작된 아랍과의 오랜 역사적·문화적 교류와 더불어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AI 시대를 움직이는 핵심 자산은 빅데이터이고 이를 해석하는 과학은 알고리즘일 것이다. 연산법, 즉 알고리즘이란 학문을 인류에게 선사한 인물이 바로 알고라즈미(알콰리즈미)다. 알고라즈미가 9세기 바그다드의 아카데미 ‘지혜의 집’이 배출한 이슬람 수학자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한·사우디가 함께 AI 시대를 준비할 충분한 역사적 소명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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