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팜스테이
[ 오상헌 기자 ] ‘힐링’은 21세기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화두 중 하나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치유해야 일도 더 잘할 수 있는 법이다. ‘퇴근 후 한잔’ 대신 ‘퇴근 후 취미활동’이 직장인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힐링 트렌드는 여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숨 가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신 풍광 좋은 자연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힐링 여행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팜스테이다. 팜스테이는 말 그대로 농장(farm)에서 머무는(stay) 여행을 뜻한다. 농가에 숙식하며 농산물을 수확하고 시골 문화도 체험하는 일종의 ‘농촌체험 여행 프로그램’이다. 개울이나 강이 있는 곳에선 물놀이와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힐링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저렴한 여행 비용에 ‘힐링’까지
팜스테이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 상생’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1999년 처음 시작했다. 팍팍한 삶에 찌든 도시민에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휴가지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올릴 기반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였다. 휴가 때 유명 관광지를 찾았다가 도시보다 더 복잡한 주변 환경과 바가지 요금에 불쾌함을 느낀 도시민들은 차츰 팜스테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려면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고 농가 10가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우수 농산물을 재배해야 하며 방문객을 맞을 편의시설과 농촌·농업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농협은 높은 수준의 팜스테이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등급도 평가한다. 올해는 경기 파주시에 있는 산머루체험마을 등 62개 마을에 ‘최우수 등급’을 줬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마을들은 △뛰어난 이용 편의성 △훌륭한 체험 프로그램 △깨끗한 식당·숙박시설 등을 높이 평가받은 곳이다.
농사 체험부터 관광까지
국내에 팜스테이가 도입된 지 20년이 흐르면서 마을마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더했다. 팜스테이 체험 유형은 △벼 베기, 옥수수 따기 등 영농 체험 △치즈 만들기, 떡메치기 등 음식 체험 △새끼 꼬기, 투호놀이 등 농촌 문화 체험 △물고기 잡기, 뗏목 타기 등 야외문화 체험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각 마을의 주변환경과 재배작물, 전통 등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은 다르다. 하지만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지역이 많아 어디를 가든 흥미롭고 유익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팜스테이 일정은 대략 이렇다. 마을에 도착해 아이들과 농기계 마차를 타고 농촌마을을 돌아본 뒤 각종 작물을 수확한다. 손수 채취한 나물로 만든 반찬이 올라온 시골밥상으로 배를 채운다. 식사 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 하거나 뒷동산에 오른다. 전통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둑어둑해지면 모닥불 근처로 모이면 된다. ‘한국식 캠프파이어’다.
홈페이지 예약은 필수
시골집이라고 숙소나 화장실이 지저분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다수 팜스테이 숙박시설은 깨끗하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휴가시즌에 찾아도 바가지요금을 물리지 않는다. 대규모 숙박시설을 갖추지 않은 만큼 인파에 시달릴 일도 없다.
황토 온돌로 이뤄진 민박집부터 한옥, 게스트하우스, 펜션에 이르기까지 숙소 형태는 다양하다. 폐교를 개조해 숙박시설로 만든 마을도 있다. 수영장과 캠핑장을 갖춘 팜스테이 마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예약은 필수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에서 각 마을의 위치와 특징,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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