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1만여 가구와 150개 학교를 불안하게 만든 ‘붉은 수돗물’ 사태의 파장이 심각하다. 인천광역시의 무능행정과 늑장대책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게 근본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편향되고 준비성 없는 예산운용 실태, 좀체 바뀌지 않는 노후인프라에 대한 국가차원의 안전관리 미비 같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인천의 붉은 수돗물은 예견된 사고라고 봐야 한다. 서울에서도 기본 내구연한인 30년을 넘은 상수도관이 31.5%(2017년)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수시로 수도관이 터지고 녹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에 가려졌지만, 같은 시기에 전북 익산시 수도에서도 녹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인천시도, 익산시도 낡은 관 교체를 위한 시 예산은 한푼도 없다. 수도요금은 꼬박꼬박 징수하면서도 아파트 관리비를 낼 때 함께 적립하는 수선충당금 같은 비용은 모두가 외면해왔다.
붉은 수돗물은 전국 지자체 어디에서나 닥칠 수 있는 ‘일상의 위험’이다. 하지만 광역은 광역대로, 기초는 기초대로 지자체들은 당장 빛나지 않고 선거에도 도움되지 않는 노후시설의 유지보수나 안전 관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온갖 무상지원 프로그램이나 현금살포 방식의 포퓰리즘 복지에 경쟁적으로 나설 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행정에까지 얄팍한 표 계산이 앞서는 ‘과잉 정치’는 어제오늘의 폐단도 아니다. 이번에는 상수도가 도마에 올랐지만 장마철이면 되풀이되는 물난리에서 보듯이 부실하기는 하수도도 마찬가지다.
상·하수도 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들이 행정의 기본을 다지는 게 중요하지만 중앙 정부도 실현성이 의심되는 예산 배정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정부가 어제 부랴부랴 내놓은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만 해도 2020년부터 4년간 해마다 8조원씩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매년 조 단위의 민간투자가 정부 바람대로 병행될지는 미지수다. 지자체 따로, 공기업 따로, 중앙 정부 따로인 각종 인프라에 대한 안전관리의 주체나 책임문제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총체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 한다.
미세먼지에 이어 수돗물까지,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은 요원하기만 하다. 재정지원과 자치권 확대에 매달려온 지자체들의 자치역량도 거듭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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