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진화하는 저축은행
지문·패턴으로 적금 가입
고객응대 챗봇 서비스
[ 김대훈 기자 ]
저축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출 가능성을 판단하고, 공인인증서 없이 지문 또는 패턴만으로 예·적금 가입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고객 응대를 맡는 챗봇(채팅로봇)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최근 추세다.
저축은행은 ‘디지털 날개’를 달고 실적에 탄력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대표적 모바일 앱인 웰컴저축은행의 웰컴디지털뱅크(웰뱅)는 도입 1년 만에 1조원의 예금을 모았다. 저축은행들의 여신(빌려준 돈) 총잔액은 60조8770억원(지난 1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2011년 12월 말(63조107억원) 이후 7년1개월여 만에 60조원대를 넘겼다.
강력한 지역 영업 규제를 받는 저축은행에 디지털은 ‘전국구 금융회사’로 도약할 기회이자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오프라인에선 사전에 허가받은 권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지만 모바일·인터넷 플랫폼에선 장소 제약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편의성 확보가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경쟁력이 실적으로
저축은행 자산 규모 1위 SBI저축은행은 고객신용평가, 고객응대, 업무프로세스 등 전 분야에서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가장 정교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보유한 저축은행으로 꼽힌다. 금융거래뿐 아니라 통신비 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채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 및 금리 조회, 금융상품 상담 및 가입을 할 수 있는 ‘바빌론 챗봇’을 선보였다. 고객 응대에 초점을 맞춘 챗봇의 기능을 넘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할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간편인증도 SBI저축은행이 자랑하는 서비스다. 기존 인증수단인 공인인증서처럼 보안성이 높고, 지문과 안면인식 등으로 간편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SBI저축은행은 문서 금융업무를 대체하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도입과 통합 디지털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은 저축은행 최초의 전용 모바일 앱이다. 지난해 출시 이후 다운로드 수 50만 건, 사용자 수 40만 명을 기록했다. 편의성 측면에서 웬만한 시중은행의 모바일 금융앱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300만원까지는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만으로 송금할 수 있고, 전국에 설치된 4만 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체크카드 없이 출금도 할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계에서 유일하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웰뱅 앱을 통해 신용정보, 타 금융사 계좌정보, 사업자 매출 등의 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페이지를 개인화하고, 편의성을 한층 높인 ‘웰뱅 2.0’ 업그레이드를 했다.
1금융 뛰어넘는 비대면 서비스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 OK저축은행도 사내외 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사업 화두로 삼고 있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통합 플랫폼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점 방문 없이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영업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디지털 속도가 빨라졌다. 2017년 말부터 추진한 RPA 도입 1단계 작업을 올초 끝내고, 2단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1단계에선 기존에 사람 손이 필요했던 40여 개 업무를 자동화했다. 문자인식 솔루션을 활용해 각종 문서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대출 시 요구하는 각종 서류를 팩스를 통해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유진저축은행은 3월 디지털 금융 플랫폼 ‘유행(유진디지털은행)’을 내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3개월여 만에 가입자 수 4만 명, 다운로드 수 7만 건을 기록했다. 기존 금융앱의 장단점을 분석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업계 최초로 카카오톡, 네이버톡톡, 모바일 앱, 인터넷 홈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 등 5개 채널에서 응대하는 챗봇인 ‘유행봇’ 서비스도 도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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