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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으로 암 조기 발견"…진단 키트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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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진캐스트, 100만개 유전자 중
베르티스, 특정 단백질 무게로
싸이토젠, 살아있는 암세포 포획
바이오제멕스, 항체 농도로 찾아



[ 임유 기자 ] 최선의 암 치료법은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다. 예방의학이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원리로 혈액, 분변 등 체액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암 체외진단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체외진단 전문기업 진캐스트는 혈액 10mL에 있는 100만 개의 정상 유전자 중 한 개의 암 유전자까지 검출할 수 있는 연구자 전용 갑상샘암·피부암 진단키트를 출시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제품보다 100배 이상 정확도가 높다. 이병철 진캐스트 연구소장은 “1~2기 암 환자에게 정밀의료 혜택을 줄 가능성을 열었다”며 “혈액을 통한 암 조기 진단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 유전자 수 늘리는 게 관건

대부분 체외진단 기업이 암을 진단하는 데 채택하고 있는 기술은 ‘분자진단’이다. 분자진단은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DNA, RNA(리보핵산)에서 발생하는 분자 수준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파악해 병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정확도가 다른 진단기술보다 뛰어나다. 진캐스트의 원천기술인 ‘선별적 유전자 증폭 시스템(ADPS)’은 여러 유전자가 혼재한 혈액에서 암 유전자를 증폭(유전자 수를 늘리는 것)시켜 암을 확인한다. 회사 관계자는 “암 유전자를 적절히 증폭시키지 못하거나 정상 유전자를 동시에 증폭시키면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최종락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창업한 디엑솜도 독자적인 증폭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Q-BOMB’는 정상 유전자에만 달라붙는 화학물질을 검체에 넣어 정상 유전자가 증폭되는 것을 막는다. 제놉시는 양극을 띠는 나노 와이어를 혈액에 넣어 음극을 띠는 암 유전자가 나노 와이어에 달라붙게 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노믹트리가 지난달 출시한 대장암 진단키트는 대장암 조직에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변형 유전자 ‘신데칸-2’를 분변에서 검출하는 기술(LTE-qMSP)을 기반으로 한다. 오태정 지노믹트리 연구소장은 “이 기술을 다른 유전자에 적용하면 다른 암종 진단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 미국에서 호평받기도

분자진단 외에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베르티스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국내 진단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호평받았다. 이 회사의 유방암 진단키트 ‘마스토체크’는 1㏄의 혈액에 있는 유방암과 관련된 단백질 3종의 질량을 측정한 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그 값을 입력해 유방암을 진단한다. 한승만 베르티스 대표는 “60만 개의 단백질 중 문헌 조사, 실험 등을 통해 유방암에 특이적인 단백질을 추려 세 개를 선별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제멕스는 항원과 항체가 결합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암에 걸리면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효소인 PKA가 계속 생성돼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데 이를 ECPKA라고 한다. 인체는 이를 항원으로 여겨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 회사는 이 항체의 농도를 측정해 암 여부를 가린다. 싸이토젠은 물리적인 방식으로 혈액 속 암세포를 잡아낸다. 지름 5마이크로미터(㎛)의 구멍이 무수히 뚫린 작은 칩에 혈액을 넣어 암세포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체외진단 기술이 신약 개발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지만 조기 진단뿐 아니라 맞춤형 항암치료, 예후 관리 등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어 시장성이 매우 큰 분야”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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