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세무사 영역다툼 본격화
금융위 "조례안, 회계사법 위반"
경기도 이어 서울시의회도 발의
[ 오형주 기자 ] 세무사에게 회계사가 독점하던 지방자치단체 회계결산 업무를 볼 수 있게 하자는 움직임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세무·회계업계에서는 공공영역에서 회계사와 세무사 간 직역 다툼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경기도에 ‘경기도 사무위탁 조례 일부 개정안’의 재의결을 요구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중앙정부로부터 조례안 재의결을 지시받은 자치단체는 반드시 이를 따라 지방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민간위탁 사무의 회계검증 업무 권한을 세무사에게도 부여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경기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는 민간위탁 사무에 쓰인 사업비 사용내역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계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민간위탁 사업 189건에 924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현행 경기도 조례는 민간위탁 사무 수탁기관이 사업연도마다 ‘회계 전문가’에게 사업비 결산서를 회계감사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회계 전문가는 통상 공인회계사를 지칭한다. 위탁사무 회계감사 용역비는 건당 200만원 안팎이다.
세무업계는 “자치단체 민간위탁 결산서 검증 업무를 회계사에게만 맡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한국세무사고시회와 한국세무사회 등은 연초부터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와 의회를 상대로 적극 건의에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세무사에게 위탁사무 결산 업무 권한을 부여하는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에 회계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조례안이 4월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자 도의회에 조례안 철회를 요청했다.
회계감독 주무부처인 금융위도 회계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경기도에 정식으로 조례안 재의를 요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기도 조례 개정안은 회계검증 관련 업무를 회계사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세무사가 해당 업무를 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도의회는 “기획재정부에서 ‘세무사가 결산서 검증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 아직 부처 차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금융위가 조례안 재의 요구를 하면서 기재부 의견을 물어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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