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마약 이름 치자 버젓이 판매글 등장
전자상거래 금지 담배·주류도 '탈세 목적' 판매
미성년자 가입할 수 있는 카페에 '성기확대 기구'
불법 거래 온상이지만 네이버 처벌 현행법 없어
美, 포털 통해 성매매 하면 인터넷 기업도 함께 처벌
하루 3000만명이 드나드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마약류 거래와 탈세 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트래픽과 방문자 수에 연연해 최근 각종 물의를 빚은 불법 마약류 거래 등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담배와 주류도 버젓이 네이버에서 팔리는 등 무법지대로 전락, 불법 거래상들의 놀이터가 됐다. '유통 플랫폼'으로서 불법행위의 책임을 함께 지는 구글 등 해외 포털과 비교해봐도 문제가 크다. 포털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무법지대 '네이버 카페'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는 주로 '카페'와 '쪽지'를 통해 이뤄진다. 회원수 1700만명을 보유한 네이버 대표카페 '중고나라'가 대표적이다. 중고나라는 단순한 개인간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카페가 아니다. 회원수 규모로 따지면 이베이코리아, 쿠팡, 11번가, 위메프에 이은 국내 5위권 전자상거래 업체 수준이다.
전문적인 불법 거래상들이 이 카페를 통해 주로 판매하는 것은 '졸피뎀' 성분이 들어간 수면제와 '펜터민' '휴터민' 성분이 함유된 다이어트제 등이다. 졸피뎀, 펜터민, 휴터민은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분류된다. 과다·장기 복용할 경우 뇌 신경에 이상이 생겨 불안, 초조, 환각, 어지럼증,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의사 처방이 있을 경우에만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
카페에서 기자가 직접 '수면제', '다이어트약' 등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거래가 금지된 이들 마약류가 버젓이 나왔다. 먹다 남은 약을 판매하는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전문업자'들이다. 기자가 다음날 다시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니 같은 사진의 동일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단 게시자의 아이디가 달랐다. 또 2~3시간 게시된 후 삭제됐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를 바꿔가며 판매글을 게시하고 삭제하는 식의 '치고 빠지기'가 반복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이버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서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앞선 지난달 29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다이어트약'을 의사 처방전 없이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 거래한 혐의로 판매자 23명, 구매자 15명을 입건했다. 불과 보름여 만에 같은 사건이 반복된 것이다. 이정도로 근절되지 않을 만큼 네이버 카페를 통해 광범위하게 마약류 거래가 이뤄진다는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가 금지된 담배, 술 등을 판매한다는 글도 버젓이 올라왔다. 담배와 술은 각각 담배사업법과 주세법에 근거해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다. 탈세 및 미성년 접근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 카페에서는 담배나 술도 자유자재로 사고 팔았다. 사이버 모니터링을 피하기 '양주' '위스키' '조니워커' '발렌타인' '담배' 등의 키워드 대신 은어를 쓴다. 가령 담배는 '레종' 등의 특정 브랜드를 표기하거나 'ㄹㅈ 10갑' 식으로 자음만 표기하는 식이다. 댓글이나 쪽지로 거래 의사를 밝히면 쪽지로 가격이 전달된 뒤 나머지 거래 절차가 진행됐다.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는 이 카페에 '성기확대기구' 등 음란물 관련 게시물도 사진과 함께 방치됐다.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성기능 강화를 홍보하는 내용도 올라왔다. 역시 불법이다. 청소년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성기확대기구 판매는 금지돼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게시물을 볼 수 있는 카페에서 청소년 유해 물건 판매를 허용하는 네이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이들 품목이 중고나라 카페에서 거래되는 일평균 거래액만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마약·성매매 통로…네이버 책임 없다"
이같은 실정에도 네이버가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페에 불법 게시물이 올라와도 네이버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윤지상 식약처 대변인실 주무관은 "네이버 카페를 통해 마약류 거래가 이뤄져도 사이트 성격이나 운영 형태를 봤을 때 관리자인 네이버가 직접 그 거래에 가담한 것은 아니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알선'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네이버는 미성년자 성매매(네이버 '지식iN')나 , 마약 거래(네이버 카페) 등의 플랫폼으로 악용된 전례가 있지만 모두 처벌받지 않았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네이버가 직접 그 거래에 가담하거나 직접적으로 알선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다르다. 인터넷 기업들이 불법 게시물 작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더라도 '방치'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성매매 알선 게시물과 광고를 게재한 인터넷 사이트, 포털, 소셜미디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온라인 성매매 상대 전쟁법(FOSTA)'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성매매 및 음란물 유통이 될 경우 구글·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포털의 관리·감독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케이스다.
네이버는 불법 거래상들이 2000만명에 달하는 카페 이용자들에게 일시에 게시물을 광고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타깃 광고' 구조여서 대규모 이용자에게 동시 노출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이들은 게시물을 올리기 전까지 네이버에 어떠한 사전 규제도 받지 않는다
네이버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한다는 명목으로 사후에도 엄정하게 대처하지 않는 점도 불법 게시물이 확산하는 이유로 꼽힌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력 모니터링과 함께 음란물의 경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전 대응을 하고 있다"며 "사후에는 신고센터를 24시간 운영해 불법성이 있는 글을 관리하고, 이들 게시물의 확산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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