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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명저] "기술의 진보는 빈곤과 질병을 줄이고 행복을 높인다"…빈부격차 심화·지구 온난화 등 비관론 조목조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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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리들리《이성적 낙관주의자》

“20세기 들어 과거 부자들만 누렸던 특권을 인류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됐다. 인류 번영에 대한 비관론은 근거 없다.”

“가장 위험한 일은 혁신의 불을 끄는 짓이다. 아이디어를 발명하고
채택하지 않는 짓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부도덕하다.”



“20세기 들어 과거 부자들만 누렸던 특권을 인류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됐다. 인류 번영에 대한 비관론은 근거 없다.” “인류 번영은 교환(거래)과 전문화 덕분이다. 앞으로 계속될 기술 진보와 번영은 빈곤과 질병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며 행복을 높일 것이다.”

“인류가 스스로에게 저지를지도 모르는 가장 위험한 일은 혁신의 불을 끄는 짓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하고 채택하지 않는 짓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부도덕할 수 있다.”

언론인 출신의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들리가 펴낸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는 인류 번영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왜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좋아질 수밖에 없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와 철학, 경제학과 생물학을 넘나들며 부(富)가 어떻게 생성되고 확산되는지, 인류의 삶이 왜 그토록 지속적으로 나아졌는지를 조망했다. 동서양은 물론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사례를 바탕으로 인류 번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나란히 일독을 권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인류사에서 비관론 적중한 적 없어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빈부격차 심화와 기후변화, 늘어나는 테러 등을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는 비관주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런 엉터리 주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196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비관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들어맞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허황된 주장의 대표 사례로는 1960년대 인구 폭발과 세계적 기근, 1970년대 자원 고갈, 1980년대 산성비, 1990년대 세계적 유행병 창궐 주장 등이 꼽혔다. 1970년대 석유자원 고갈 걱정은 셰일가스 채굴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허황된 얘기가 되고 말았다.

비관론자들은 흔히 ‘아름다운 옛날’을 강조하는 잘못된 버릇이 있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비관론자들은 과거 사람들이 훨씬 순수하고 착했을 뿐 아니라 그때 더 살기 좋았던 것처럼 얘기하는데, 터무니없는 망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1700년대로만 시곗바늘을 돌리면 인류는 기근과 질병에 시달렸다고 강조하면서 문명 이전은 약육강식의 전쟁터였을 뿐이라고 했다.

저자는 줄곧 “인류가 원시상태를 벗어나 문명을 꽃피운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그 근거로 인류만이 혁신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들고 있다. 또 기득권층이 약한 곳에서 기존 승자를 따라잡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경쟁자들이 결국 혁신을 이끌어냈고 인류 성장을 이끌어왔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지난 200년은 30년마다 혁신이 꽃핀 시대였다. 1800년에는 섬유, 1830년에는 철도, 1890년에는 전력, 1920년에는 자동차, 1950년에는 항공기, 1980년에는 컴퓨터, 2010년에는 인터넷 등으로 혁신이 이어졌다.” 저자는 이를 통해 20세기 들어서는 일부 특권층이 아니라 모든 계층이 번영의 성과를 누리게 됐다고 밝혔다.

“부유한 국가들이 부유한 이유는 주로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의 질과 국민들의 역량 덕분이다.” 저자가 미국과 멕시코의 생산성 차이를 분석하며 교육, 법치 등 사회적 자본의 차이 때문이라는 점을 밝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제도 유연성이 생산성 격차 벌려

미국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의 생산성이 거의 순간적으로 네 배로 올라가는 것은 미국이 지닌 무형 자본이 멕시코의 열 배 이상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더 유연한 제도, 더 분명한 규칙, 더 교육수준 높은 소비자, 더 간단한 서식 등이 국가 생산성 수준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 견해를 가졌더라도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들여다볼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가 자연을 더 훼손한다”거나 “세계적 불평등은 줄어들었다”는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오늘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세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썼다. 그리고 풍력에너지 가격은 석탄의 세 배에 달하지만 전력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것은 정부 보조금 덕분이며, 그 혜택은 임대료를 받는 부유한 지주들과 풍력 발전업계로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부자가 세금을 덜 내는 역진세가 시행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불평등 문제도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중국과 인도의 빠른 성장을 얘기하면서 “부자 소득이 가난한 사람의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면서 자국 내 불평등은 심화됐을 수 있지만 두 나라의 성장은 세계 전체로 봤을 때 빈부 차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인류 번영을 이끄는 혁신을 장려하는 방법은 자본과 재능을 합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사람끼리 만든 연결고리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조합하는 능력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계속 만들 것이라는 점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전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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